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남면 문곡2리 주민 김복수(61)씨가 메마른 시냇물을 가리키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자 시냇물에 호스를 연결해 틈날 때마다 욕조나 대야에 물을 모으고 있다. /김나영 기자

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남면 문곡2리. 이 마을 이장 홍성애(65)씨네 주방엔 2L짜리 생수 13통이 놓여있었다. 마시고 씻는 데 사용할 물이 부족해 지난달부터 틈만 나면 생수를 사둔다. 한 달에 물값으로만 10만원 이상이 들고 있다. 홍씨 집만의 일이 아니다. 이 마을 45가구의 주민 150여 명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가뭄의 직격탄을 맞아 물 한 방울도 아껴 쓰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곡2리의 경우 해발 650~800m 사이에 주거지가 몰려있어 평소에도 수도에서 물이 원활하게 나오지 않아 인근 골짜기 물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끌어다 썼던 곳이다. 하지만 가뭄 탓에 이 골짜기 물은 작년 11월쯤 이미 대부분 말라버린 뒤 채워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주민들은 물을 아껴 쓰느라 비상이 걸렸다. 남편, 아들, 손주 등 여섯 명이 사는 김복수(61)씨네 집은 빨래도 1주 혹은 2주에 한 번씩 모아서 한다. 평소엔 양치만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인근 도시의 아들 집에서 머리를 감는 등 ‘샤워 원정’을 떠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 키운 농작물은 바싹 마른 지 오래다. 이장 홍씨는 “원래 이맘때면 옥수수가 성인 남자 허리만큼은 자라야 하는데 무릎까지밖에 안 온다”며 “사람 먹을 물도 부족해 밭에 주는 물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밭에 곤드레, 고추 등 농작물이 말라 있는 풍경이 마을 곳곳에서 보였다.

문곡2리만의 일이 아니다. 상수도가 놓이지 않거나 지대가 높아 급수가 원활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작년 겨울부터 최근까지 가뭄이 이어지면서 현재 전국 13개 시·군·구에 있는 55개 지역에서 비상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각 지역에 사는 사람만 약 1만2000명에 이른다. 특히 이번 가뭄은 장마철이 본격화하는 7월이나 되어야 해소될 전망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199.7㎜로 평년의 57.3% 수준이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서는 지난 3월 초부터 2일은 물이 나오고 4일은 물이 나오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보길면 중리 이장 김기수(59)씨는 “군에서 1.8L 생수를 가정마다 4~5개씩 주기적으로 주지만,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충남 당진시 면천면 대치리는 최근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아 더 깊은 곳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기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대치리 이장 김필회(62)씨는 “특히 마을 중에서도 지대가 높은 곳은 물이 더 안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