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연제구 부산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부산시 지도를 보며 민선 8기 시정(市政)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6·1 지방선거에서 역대 부산시장 가운데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김동환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역대 부산시장 중 최고 득표율로 재선(再選)에 성공한 박형준(62) 시장은 ‘2030 세계 엑스포 유치’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지난 17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재선 임기 중 꼭 이뤄야 할 하나를 꼽는다면 ‘엑스포 유치’”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박 시장은 “‘세계 엑스포’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우뚝 서게 만들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부산이 유치하려는 ‘2030 세계 엑스포’는 5년마다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등록박람회(Registered Expo)’를 말한다. 하계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3대 이벤트로 꼽힌다. 여수 엑스포(2012년), 대전 엑스포(1993년)는 등록박람회 사이에 작은 규모로 열리는 ‘인정박람회(Recognized Expo)’였다.

부산시는 4조8995억원의 예산을 들여 부산항 북항 재개발지 343만㎡ 부지에서 2030년 5월 1일~10월 31일 엑스포를 개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엑스포 개최는 관람객 3480만명, 생산 유발 43조원, 고용 50만명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66.36%를 얻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종전까지는 2006년 선거 때 허남식 시장의 65.55%가 최고였다.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부산 지역 구청장·군수 16명, 지역구 시의원 42명을 모두 석권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한 정당이 시장, 구청장, 군수, 시의원 기초단체장을 다 가져간 전례는 없었다. 일종의 ‘그랜드슬램’인 셈이다.

박 시장은 “정부의 반도체 전략에 맞춰 부산에 ‘차량용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지역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이는 1년 전부터 추진해온 ‘지산학(地産學·지자체+기업+대학) 협력’과 시너지를 내면서 부산을 종전과 전혀 다른 ‘글로벌 혁신 도시’로 발돋움시키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임기 내 마무리해 부산이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항만 물류에 금융 기능을 갖춘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엑스포 유치 가능성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무역 국가로 성장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은 현대 인류의 가치와 기술, 문화를 뽐내는 축제인 ‘엑스포’의 스토리텔링을 잘 간직하고 있는 나라다. 윤석열 대통령이 엑스포를 새 정부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아 정부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있고, 최태원 SK회장이 민간 유치위원장을 새로 맡았다. 유치 동력이 훨씬 강해졌다. 또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엑스포 유치 경쟁자였던 러시아 모스크바,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이 사실상 탈락하면서 경쟁 구도가 부산,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3파전으로 좁혀졌다.”

-개최 도시 선정 절차는 어떻게 되나.

“국제박람회기구(BIE)가 파리 본부에서 6개월 간격으로 회원국 총회를 열고 ‘2030 세계 박람회’ 유치 신청국들의 프레젠테이션(PT)을 4~5차례 듣는다. PT는 해당 국가와 도시가 그 매력과 강점, 준비 상황 등을 170개 회원국에 한꺼번에 알리는 기회여서 매우 중요하다. 이어 BIE 조사단의 현지 실사 등을 거쳐 내년 12월쯤 2030년 개최지가 결정된다.”

-’지산학 협력’ 프로젝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침체된 부산 경제를 되살리려면 혁신해야 한다. 혁신의 동력은 인재다. 인성과 협력 능력,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게 급선무다. 이들 인재가 기존 기업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창업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도록 하자는 게 ‘지산학 협력’의 모토다. 부산엔 강점을 가진 중견기업이 많다. 이 기업들이 대학·교육청과 협력해 대학 내 R&D센터를 만들고 현장 중심형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등 현장형 인재 양성에 참여하도록 하겠다. 지난 1년간 기업·대학 간 협력 기지인 ‘지산학 브랜치’를 26개 만들었고, 올해 50개를 더 만들 계획이다. 부산테크노파크와 경제진흥원, 과학기술평가원 등 시 산하 관련 기관들도 산학 협력 중심으로 개편할 생각이다. 새 교육감, 지역 대학들과 긴밀히 협업해 ‘지산학 협력’의 속도를 높여갈 생각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이번 지방선거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이슈였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수도권 중심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역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같은 공공기관 이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호 공약이었던 ’15분 도시’는 어떻게 추진하나.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내에 교육·문화·환경·건강·치유 등이 융합된 생활권을 누리고 즐기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도시로 가겠다는 취지다. 바다, 강, 산이 인접해 어디든 휴양지가 될 수 있는 부산은 ‘15분 도시’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시내에 15분 생활권 체계를 갖춘 60여 곳을 만들어 시범 운영하고 차츰 확대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가 최고 경제 전략으로 삼겠다고 한다.

“부산은 지역의 산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전기가 될 ‘차량용 반도체 기지’ 조성에 공을 들여왔다. 기장군에 차량용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마련하고 상용화센터를 지었다. 그러나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산업 특성상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새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은 부산의 이 프로젝트 추진에 가속을 붙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초기 투자와 세제 혜택 등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

-’IP(지식 재산) 콘텐츠’ 산업 클러스터 구상은 어떤 내용인가.

“워너브러더스·디즈니 등의 지식재산권 기반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오락과 체험, 이를 매개로 한 상품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공모를 거쳐 부산 북항 재개발지에 ‘겨울왕국’ ‘오징어 게임’ 등과 같은 ‘IP 콘텐츠’의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디즈니랜드 등의 디지털 시대 버전쯤 된다. 이 클러스터는 국제 관광도시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