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8시30분쯤 김창룡 경찰청장이 임기를 약 한 달 남기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경찰 통제 및 관리를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 업무 조직을 신설하고 행안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 약 2시간 전의 일이었다.
김 청장은 낮 12시 연 기자회견에서 “경찰청장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면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행안부 내에 이른바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자문위의 권고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는 “현행 경찰법 체계는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이라며 “자문위의 권고안은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찰 내부에선 김 청장이 이날 사의를 밝힌 것은 정부에서 현 경찰청장을 사실상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인식한 탓이란 반응이 나왔다. 지난 21일 발표된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에도 경찰 입장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청장은 직접 경찰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주말 이 장관과 약 1시간 가량 전화통화를 했지만 이 장관이 통제 방안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자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밝힌 입장문에서 김 청장은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폭넓은 의견수렴과 심도 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고 했다. 검토와 논의가 부족했다는 비판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김 청장 입장에서는 정부가 경찰청장의 입장을 받아들여 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고 했다.
아래는 경찰청장 사의 표명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4만 경찰가족 여러분! 저는 지금 이 순간, 경찰청장에서 사임하고자 합니다.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먼저,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하여,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국민을 위한 경찰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심어린 열정을 보여준 경찰 동료들께도 깊은 감사와 함께 그러한 염원에 끝까지 부응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으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경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인정받을 정도로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폭넒은 의견수렴과 심도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비록, 저는 여기서 경찰청장을 그만두지만,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새로이 구성될 지휘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경찰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주리라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이번 과정을 거쳐 경찰이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로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6월 27일 경찰청장 김 창 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