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학기술대에 재학 중인 김모(60)씨는 부산 남구의 한 병원 직원으로 일하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 김씨는 “정년 뒤 창업을 해보고 싶어 공부를 하려고 다시 대학에 왔는데, 이번 학기 등록금 50% 감면에 용돈 50만원까지 받았다”고 했다. 대학은 학사 과정 기준으로 만 25세 이상을 ‘만학도’로 부르는데, 이 학교는 만학도에게 등록금 감면 등 여러 혜택을 준다고 한다. 김씨는 “손자뻘 학생들과 캠퍼스 생활을 하는 것이 쑥스럽긴 하지만, 자아 실현을 위해 대학 입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청년 인구 감소,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들이 최근 김씨와 같은 ‘A세대’를 겨냥한 입시 전형들을 내놓고 있다. A세대는 중·장년층 중에서도 학력·소득 수준이 높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가치관이나 신기술 수용 면에서도 젊고 개방적인 세대를 뜻한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2년제 이상 전국 대학 336곳 가운데 수능 성적 대신 면접 평가를 위주로 ‘만학도’만 뽑는 특별 전형을 둔 학교가 올 들어 134곳에 달했다. 전국 대학에서 50대 이상 만학도는 2017년 764명에서 지난해 2608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40대 만학도 역시 1102명에서 2532명으로 증가했다. 대학들도 파격적인 장학금 등 만학도를 위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실장은 “50대 이상 대학생들은 대부분이 수능이 아니라 면접 위주로 평가하는 만학도 전형 등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구 수성대의 경우 올해 신입생 1386명 중 61.2%(848명)가 만학도다. 이 대학은 간호학과 등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만학도 학생에게 졸업 때까지 등록금 50%를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첫 학기 등록금은 100% 면제다. 부산 경상대는 성적과 상관없이 매 학기 수업료 30%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김태일 수성대 홍보팀장은 “연령과 상관없이 공부를 더 할 수 있도록 장학 혜택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초 경기도 화성의 협성대에 입학한 정모(65)씨도 등록금 30%를 감면받고 국가장학금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무상으로 학교를 다닌다. 정씨는 “학비 때문에 망설였는데, 평생 전업주부로 살다 늦게나마 배움을 마치고 싶어 입학했다”고 했다.
고령화 속 A세대를 적극 유치하면서 일종의 평생교육 기관 역할을 하는 게 지방대가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란 주장도 나온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입 연령의 문턱을 낮추면 다양한 이를 포용하고 인재를 키울 수 있는데, 이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했다. 반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장 학생 채우는 데에는 임시방편이 될 수 있지만, 대학의 본질은 학문이고 인재 양성인데 중·장년 신입생들을 받는 것으로는 지역 대학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