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자(53)씨는 두 형제의 엄마다. 큰 아들(28)과 둘째 아들(26)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큰 아들은 철이 일찍 들었다. 조씨와 남편이 전적으로 발달장애인인 둘째에게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최근에 큰 아들이 둘째를 안아주면서 ‘내 아들 같아’라고 말을 하는데 가슴이 무너졌다”며 “큰아들에게 둘째에 대한 짐을 지어주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조씨의 둘째 아들은 물이 먹고 싶으면 물컵을 들고 오고,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장소와 무관하게 바지를 내리는 등 식사나 대소변을 혼자서 해결하지 못한다.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의 걱정은 발달장애인 자녀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 가정의 비장애인 자녀는 부모만큼이나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성장기에는 발달장애인 형제를 돌보는 부모를 대신해 집안일 등을 하다 철이 일찍 들어버린다. 발달장애인 형을 둔 이모(26)씨는 “어릴 적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형을 돌봐야 할 때면 부모님과 형이 원망스러웠지만 나까지 부모님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착한 아이로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의 경우 비장애인 자녀가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21)을 키우는 A(59)씨는 비장애인 첫째 자녀에게 못해준 게 많아 항상 미안하다고 했다. A씨는 “둘째를 데리고 한창 치료실과 병원을 다닐 때는 첫째에게 밥을 차려주고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릴 적에 신경을 못 써줬다”며 “첫째 딸이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하는데 둘째를 힘들게 키우는 자신의 모습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의 더 큰 걱정은 부모 사후(死後)에 장애인 형제자매와 함께 남겨지는 비장애인 자녀로 돌봄의 굴레가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발달장애인 언니를 둔 비장애인 등장인물인 ‘영옥’이 언니를 돌보는 모습이 나온다. 발달장애를 가진 형을 둔 김모(58)씨는 어머니의 나이가 아흔에 가까워지면서 어머니가 책임졌던 형의 돌봄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김씨는 “나 역시도 고령으로 접어들고 있고 가정도 있어 형과 함께 살면서 모든 걸 챙겨주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살게 될 형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은퇴 이후에는 수입도 없을 텐데 형을 경제적으로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까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