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며 지난 23일 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이 당일 대기발령을 받은 이후 경찰 내부 반발이 일선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총경 회의 등 경찰 내부의 집단 반발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25일 오전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는 지구대·파출소장도 ‘경찰국 반대’ 회의에 참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이날 오전 8시 24분 글을 올리고 “(30일 예정돼있는) 전국 팀장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참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 받는 대기발령보다 같이 받으면 덜 외롭겠지요”라며 “서장님도 대기발령에 감찰조사 받게 되시고 팀장님도 같이 하겠다는데 지구대장,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것이 같은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약 2시간 만에 ‘적극 동참한다’ ‘참여하겠다’는 댓글이 150여개 달렸다.
앞서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전국 총경 630여 명 가운데 190여 명이 현장(56명) 및 온라인(140여 명)으로 참여했다. 총경 350여 명은 회의장에 무궁화 화분을 보내기도 했다.
회의 직후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을 울산 중부경찰서장에서 대기발령했다. 이밖에 회의장에 참석한 56명에 대해 감찰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21일 전국의 총경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대우조선해양 상황, 코로나19 재확산 등 현안이 산적해 있으니 숙고해 달라”며 자제를 요청했고 회의 당일에도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회의 개최 전부터 개최를 자제하라는 기조를 한결같이 전달했는데도 무시하고 모임을 강행했다”며 “회의 중간에도 복무 규정 위반 소지가 있으니 해산해달라고 직접 경찰인재개발원장(치안감)이 전달했는데도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리자 일선 경찰관들은 반발하고 있다. 내부망인 폴넷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주말 동안에만 현직 경찰관들의 글이 60여개 쏟아졌다. 이들은 ‘류삼영 총경을 응원한다’ ‘현재 경찰청장이 존재하냐’ ‘우리는 개가 아니다’ ‘윤희근 청장 후보자는 직을 걸고 나서라’ ‘(경찰청장 후보자) 당신은 이미 우리 아버지 자격을 잃었습니다’와 같은 비판이 이어졌다. 본청에 근무하는 한 총경은 “일선서 서장인 총경은 특히 하위 계급들에게는 실질적인 ‘수장’의 역할을 한다”며 “이들이 외압을 당한다고 보는 후배들이 많아 사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릴레이 삭발, 단식 등으로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오던 경찰직장협의회(직협)도 이날 단체 행동을 다시 재개했다. 직협은 이날부터 서울역 등 주요 KTX 역사에서 경찰국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연다고 밝혔다. 또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사태에 항의하고 경찰국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직협의 행동은 오는 29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던 길에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것으로,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다. 대단히 부적절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