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고, 경감 이하 직급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회가 바로 그렇게 출발을 했고 12·12(쿠데타)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총경 모임’을 주최했다 대기발령 조치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경찰대 4기 졸업생이라는 것이다. 류 총경뿐만 아니라 해당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총경들 상당수가 경찰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류 총경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지자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감·경위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한 경찰관 또한 경찰대 14기다.
이 장관은 앞서 경찰국 신설안을 발표하면서 “경찰 인사를 다양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고위직 중 순경 등 일반 출신의 비중을 늘리고, 경무관 승진 대상자의 20%를 일반 출신으로 선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약 13만1394명의 경찰 중 경찰대 출신은 3272명(2.4%)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무관 승진자 중 경찰대 출신은 약 70%이며 일반 출신은 4% 정도였다. 전국의 현직 총경 630여 명 중 경찰대 출신은 약 60%에 달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나설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경찰대 출신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입직 경로가 다양하고 승진이 걸려 있어 응집력이 약한 경찰 조직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낼 만한 이들은 경찰대 출신들 정도”라며 “‘쿠데타’ 운운한 것은 과하다”고 했다.
경찰의 한 간부는 이 장관의 ‘특정 모임’ 발언을 두고 “경찰 14만명 가운데 소수인 경찰대 출신들이 승진과 요직을 독식하다시피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을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