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초등 입학 연령 하향’ 정책에 이어 ‘외고(외국어고) 폐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사실상 백지화 방침을 밝힌 셈이다. 지난달 29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외고 폐지’ 방침을 밝힌 지 일주일 만이다. 교육부가 수많은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발표했다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기자 브리핑에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자사고는 존치하고, 외고는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하고 이들 학교의 법적 근거 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세 학교 모두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된다.
그런데 박 장관이 이 가운데 자사고는 유지하고, 외고만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외고 측과 학부모들은 “외고만 폐지한다는 근거가 뭐냐”며 즉각 반발했다. 외고 학부모들 220여 명은 5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외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라”고 주장한 뒤, “박순애 장관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외고 폐지를 놓고 갈등이 커지자 5일 “외국어고는 외국어 교과특성화학교 등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할지, 외고를 존치하면서 개선할지 등을 열어놓고 검토해서 그 결과를 연말에 ‘고교 체제 개편안’에 담아 발표할 예정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박 장관이 밝힌 외고 폐지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교육부가 ‘초등 입학 연령 하향’에 이어 ‘외고 폐지’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외고 한 교장은 “지금은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어느 고등학교를 지원할지 거의 마음을 정할 때인데, 이런 시기에 장관이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학교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장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책이고 발표인데, 그렇게 쉽게 학교 폐지를 얘기하면 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