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형마트가 '힌남노'를 '한남노'로 표기하는 오류를 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한남노’로 말하는 실수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한남은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인터넷상 용어다.

최근 여러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힌남노를 한남노로 잘못 표기한 사연이 다수 올라왔다. 국내 대형마트의 한 점포는 ‘한남노 태풍으로 배송불가지역’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지를 냈다가 40분만에 안내문을 교체했다. 방송 기자가 보도 중 발음 실수를 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남노를 검색하면 관련 실수 에피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이해한다. 나라도 실수했을 것 같다” “이름이 하필이면...” “이런 태풍 이름은 도대체 누가 지은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힌남노 기원은 라오스 국립공원 명칭에서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태풍위원회 회원국 중 하나인 라오스가 제출한 이름으로, 캄무안에 있는 국립공원 ‘힌남노 국립자연보호구역’에서 따온 단어다. 힌남노 국립자연보호구역은 종유석과 석순이 발달한 거대 자연 동굴로 유명하다. 힌남노는 현지어로 ‘돌가시나무 새싹’을 의미한다.

2000년부터 태풍 이름은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출한 이름을 토대로 정해지고 있다. 한국과 라오스를 포함해 캄보디아, 중국, 북한, 홍콩, 일본,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크로네시아, 필리핀, 태국, 미국, 베트남 등 총 14개국이 태풍위원회의 회원국이다.

회원국들은 태풍 이름을 각 10개씩 제출한다. 이렇게 모인 140개의 이름은 28개씩 5개조로 나뉘어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된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사용한다. 태풍은 평균적으로 연간 약 25개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5~6년이 소요된다.

태풍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태풍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예보 상 혼동을 막기 위해서다. 한 번 발생한 태풍은 1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어 같은 지역에 여러 개의 태풍이 존재할 수 있다.

태풍 위원회 회원국에는 북한도 포함되어 있어 한글로 된 태풍 이름은 20개다. 한국이 제출한 이름으로는 ‘개미’(GAEMI) ‘나리’(NARI) ‘장미’(JANGMI) ‘미리내’(MIRINAE) ‘노루’(NORU) ‘제비’(JEBI) ‘너구리’(NEOGURI) ‘개나리’(GAENARI) ‘메기’(MEGI) ‘독수리’(DOKSURI)가 있고, 북한이 제출한 이름으로는 ‘기러기’(KIROGI) ‘도라지’(TORAJI) ‘갈매기’(KALMAEGI) ‘수리개’(SURIGAE) ‘메아리’(MEARI) ‘종다리’(JONGDARI) ‘버들’(PODUL) ‘노을’(NOUL) ‘민들레’(MINDULLE) ‘날개’(NALGAE) 등이 있다.

태풍 피해 국가 요청으로 이름 수정되기도

태풍 피해를 본 국가의 요청으로 이름이 수정되기도 한다. 힌남노도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처음 사용됐다. 기존에는 ‘녹텐’이라는 명칭이었는데, 2016년 해당 태풍에 큰 피해를 당한 필리핀의 요청으로 삭제됐다.

한국에서 제출한 이름이 수정된 경우도 있다. 2020년 19호 태풍 ‘고니’(GONI)는 필리핀을 관통하면서 25명의 사망자와 40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이에 지난해 2월 제53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퇴출당했고, 올해 2월 제54차 총회에서 ‘개나리’로 변경됐다. 2004년엔 태풍 ‘수달’(SUDAL)이 미크로네시아에 큰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퇴출돼 2006년 미리내라는 이름으로 대체됐다. 2005년 일본을 강타한 ‘나비’(NABI)는 독수리로 바뀌었다.

현재 힌남노는 시속 8km의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힌남노가 오는 5일 오전 3시쯤 강도 ‘초강력’으로 커져 서귀포 남남서쪽 약 600㎞ 부근 해상을 지난 뒤 6일 오후 3시쯤 강도 ‘강’으로 약화해 부산 북동쪽 약 190㎞ 부근 해상을 지난다고 발표했다. 이에 오는 5일과 6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이 불고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