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1시 포항시 남구 장흥동 일대 공장단지 거리엔 정강이 높이까지 흙탕물이 차올라 있었다. 맞은편에서 차량이 다가오자 150cm 높이의 물줄기가 양옆으로 솟아 올랐다. 한국시멘트포항공장 인근 도로 중심부에는 승합차 한 대가 버려진 채 도로 한 가운데 놓여있었다. 주변을 지나는 주민 두 명은 바지를 걷고 서로를 의지하거나 가로수를 손으로 짚으며 한발한발씩 걸음을 옮겼다.
포항 형산강을 지나는 교량을 지나 제철동 방면으로 접어들자 3km 길이의 인도를 따라 나뭇가지와 강물에 떠밀려온 폐전선, 가구, 건설자재가 어지럽게 섞여 놓여있었다. 6일 새벽까지 침수됐던 이곳에는 차량이 20여대가 도로 가운데 버려져 있었다. 차량 하부에 수풀이 마구 뒤엉키고 트렁크가 열린 채 도로 한가운데 버려지거나, 오른쪽으로 90도 뒤집어진 채 인도 위 가로수에 기대어 있고, 앞 유리창이 깨져 인도 위에 버려진 차량도 보였다.
청림초등학교 앞 왕복 10차선 청림사거리에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물이 빠져 다 말라 있었지만, 곳곳에 주거지에서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베이지색 소파와 TV, 목재 바구니 등이었다. 포항경주공항 입구에 있던 3m 높이의 ‘포항경주공항’ 철제 팻말도 인도 위에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포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남구 동해면 일대다. 낮 1시쯤 이곳 주민들은 해병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진흙을 퍼내고, 못쓰게 된 가전제품을 문밖에 내놓고 있었다. 동해면에 거주하는 박태희(63)씨는 “새벽 4시 반부터 빗물이 범람해 집 앞으로 내 키 170cm보다 훨씬 큰 높이로 흐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주택 바로 옆에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있는데, 간밤에 빗물이 범람하며 50m 떨어진 곳에서 떠내려 온 것이라고 했다. 집 앞에 대놓은 박씨의 자동차는 어디로 떠내려갔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는 “집 앞이 말 그대로 계곡이 되어버렸다”며 “20년 전 발목까지 빗물이 고인 것 말고는 이런 상황 처음 겪는다”고 했다.
1988년도에 세워진 인근의 한 5층짜리 빌라 1층에 거주하는 김수자(71)씨는 “허리가 아파 1층에 집을 구해 좋았는데, 이사 온 지 딱 일년만에 이런 재앙을 겪었다”며 “이사 선물로 받은 휴지도 다 못쓴 채 젖어버렸고, 큰 마음 먹고 돈 모아 산 냉장고는 두 대다 물에 잠겨 누워있다”고 했다.
18년째 횟집을 운영해온 강정자(68)씨는 “수족관이 10m 밖까지 떠내려가 있더라”며 “장사를 시작하려면 족히 두 달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강씨는 “횟집은 냉장 시설이 필수인데 9대가 망가져 버렸다”며 “이게 꿈이라 해도 지옥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