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잇따라 악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8월 초 강남권 폭우로 100억~120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거기다 지난 6월 윤성로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진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엔 교육부에서 665명에 달하는 교수, 교직원에 대해 무더기 징계 혹은 경고·주의 요구를 내렸다. 이병천 수의학과 교수가 여러 비위로 산학협력단에서 징계를 요청한 지 3년 만에야 징계위에서 파면 의결을 한 사실도 밝혀지며, ‘늑장 처리’에 대한 논란도 생기고 있다.
서울대는 폭우로 사범대와 인문대, 공대의 피해가 컸는데, 이로 인해 사범대 강의 대부분과 인문대 강의의 10% 정도는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호 사범대학장은 “이달 말까지는 비대면 강의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며 “연구실이 통째로 물에 잠기면서 1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화학교육과 교수에 대해서는 단과대와 본부 연구 예산 등을 끌어 모아 급한 대로 2억8000만원의 비용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컸던 탓에 폭우가 내린지 1달이 넘도록 연구 설비를 복구하기 위한 지원은 늦어지고 있다. 관악구가 지난달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교육이나 연구용 설비는 복구 지원 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 지원은 공공과 민간으로 나뉘는데, 서울대는 법인이기 때문에 공공 기관이 아닌데다 민간 지원은 주택과 소상공인이 대상이라 대학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4일 발표된 교육부의 종합감사 최종결과도 학교 안팎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총 665명의 교원과 교직원에 대한 징계 혹은 경고·주의 요구가 결정됐는데, 이 같은 규모는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교수가 대학원 조교의 인건비 수천만원을 임의로 쓰고, 946만원짜리 노트북을 연구비로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곳곳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났다.
반면 서울대 교수협의회 등 교수들은 교육부가 규정에 얽매인 채 지나치게 엄격하게 감사를 벌였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해외 학회 참석을 위해 노트북을 들고 간 것이 무단 반출로 경고를 받고, 학기가 시작하고 20여일 뒤 군에서 전역해 연구에 참여한 석사생에게 연구비를 줬다고 경고를 받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징계 사례들이 있다는 것이다. 해외 파견 후 주요 논문 작성을 위해 활동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가, 유력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한 뒤 보고서를 제출한 교수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 교수는 “학교 본부가 법인화 이후 재정 확충을 위해 교육부 눈치만 보다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정묵 교수협의회장은 “감사 곳곳에서 문제가 나타났지만 학교 본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며 “대학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대학과도 연계해 교육부 감사 시스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에는 학교 대표적 인공지능 연구자 중 하나인 윤성로 교수가 속한 연구팀의 표절 논란도 일었다. 관련해, 학교 측은 같은달 25일 연구진실성위원회(연진위)를 소집해 표절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연진위 활동 기한은 60일이고 최장 30일 연장할 수 있어, 오는 23일까지는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조카가 수의대 대학원에 지원했을 때 직접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검역 탐지견을 무단 반입해 실험하는 등 각종 비위 행각을 저지른 이병천 교수에 대한 파면이 의결되기도 했다. 산학협력단이 이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지 3년 만에 결론을 낸 것으로, 학교에서 비위 행위에 대해 느슨하게 접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대 관계자는 “징계 절차는 비공개 사안이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