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귀섭 전 사장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자회사 직원들이 수년간 마음대로 단축 근무를 하고, 파업에 참가한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기로 합의해주는 등 공공기관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김학용 국회의원실이 코레일테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테크는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총 4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직원이 800명에서 5300명으로 늘어났다. 코레일테크는 기차역 청소 등 기술·환경 업무를 맡는 코레일 자회사다. 코레일테크 직원 중 경기도 한 현장에 근무하는 6명은 2018년 1월 민간 용역 회사에서 코레일 계약직으로 회사를 옮겼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기로 계약했는데 과거 용역 회사 시절 오전조(오전 9시~오후 1시)와 오후조(오후 1~6시)로 나뉘어 일했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출퇴근 기록부에는 오후 6시까지 정상 근무한 것으로 허위 기록했다. 이들은 2020년 1월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코레일테크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5월 감사에서 적발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감사 결과 이들은 작년 7월부터 현장소장이 정상 근무를 하도록 지시했는데도 듣지 않았고, 올해 5월 사측이 알게 된 후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자 오히려 노동청에 임금을 제대로 안 준다고 진정을 냈다가 기각당했다. 더 문제는 이런 직원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코레일테크가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레일테크 측은 “전국에 사업장이 800개나 되다 보니 일일이 다 파악하긴 어렵다”면서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 출퇴근 시 (카드를 찍는) 근태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는데, 개인 정보 문제 등을 들며 현장에서 반발이 크다”고 설명했다. 코레일테크 직원 징계 건수는 2015~2018년 총 11건밖에 안 됐지만, 2019~2022년에는 111건이 돼 약 10배로 증가했다.

기차 승차권 발매, 고객센터·기차역 주차장 운영 등을 위탁받은 코레일의 또 다른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는 문재인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이 노조에 써준 ‘파업 시 임금 70% 지급’ 합의서 때문에 파업 노조원들에게 수십억원 임금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 코레일네트웍스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지난해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라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노조는 작년부터 파업 참가 조합원 950명 중 25명만 대표 소송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전원이 소송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코레일 자회사, 작년 서울역서 파업 - 작년 1월 11일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가 서울역에서 파업을 하는 모습. 노조 측은 최근 강귀섭 전 사장과 노조가 합의한 ‘파업 시 임금 70% 지급’내용을 근거로 당시 못 받은 39억원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소송의 빌미가 된 건 2020년 7월 당시 강귀섭 사장이 “파업에 참여해도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한다”고 노조에 써준 합의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강 전 사장은 당시 회사 간부들 없이 노조 지부장과 둘이서 합의서를 작성했다. 노조는 이 합의서 작성 후인 재작년 11월 11일부터 작년 1월 15일까지 총 66일간 장기 파업을 했고, 합의서를 근거로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노조법은 사측이 파업에 참가해 근로하지 않은 이들에게 해당 기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측 스스로 노조에 임금을 주겠다고 합의해줬으니 이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정하 의원실에 따르면, 코레일네트웍스가 소송에서 지면 임금 총 39억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당시 파업으로 입은 약 71억원의 매출 손실까지 합치면 회사 피해가 110억원에 달하게 된다. 문제는 이 합의서에 유효 기간이나 불법 파업에도 해당하는지 등이 명시되지 않아 앞으로도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임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은 총 10억원이다. 강 전 사장은 해당 합의서 작성 약 2주 뒤 법인카드 수천만원을 개인적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