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발생한 카카오톡 로그인 오류/카카오톡

서울 중구의 한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김모(29)씨는 15일 반차를 내고 이른 시간에 퇴근했다. 김씨 회사는 거래처와 회사 메일로 소통하는데, 이번 ‘카카오 대란’으로 메일에 로그인은 물론이고 접속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 메일이 다음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3일째 업무가 마비 상태”라며 “이전에 소통했던 내용과 문서들이 죄다 들어있는 메일을 못 보니, 거래처에 전화를 걸어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 멍하니 앉아있느니 내일 서비스가 복구된 후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회사에서도 별 말 없이 퇴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벌어진 카카오 대란 여파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말이 지나고, 업무 공간으로 돌아온 시민들은 “먹통이 된 카카오 서비스 탓에 일을 못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카카오는 공지를 통해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카카오택시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그리고 다음카페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카톡) 역시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는 복구를 마쳐, 기본적인 대화와 파일 전송은 문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는 가운데, 한 휴대폰에 다음 홈페이지 오류 안내가 뜨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다음 메일 등 시민들이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기능들이 여전히 접속 장애를 겪으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손님들로부터 예약과 문의 사항을 받는 카카오톡 채널이 먹통이 된 데 따른 불편이 크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관리자 계정을 만들어, 하나의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서비스인데, 이날 오후까지도 고객들은 채널에 접속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나 관리자 계정으로는 로그인이 되지 않는 상태다. 자영업자들이 고객으로부터 예약 메시지를 받아도 답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트로피와 상패 등을 제작하는 업체 대표 길모(35)씨는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재고를 대량으로 쌓아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놨지만 카카오톡 채널이 막히며 업무가 정지됐다”며 “상패 문구와 디자인을 결정하기 위해선 고객과 여러 차례 소통해야 하는데, 연락할 창구가 먹통이 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케이크 주문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20대 김모씨도 “오전 내내 카카오톡 채널로 예약 문의 대여섯건이 들어왔는데, 답변을 못해 예약을 받을 수가 없었다”며 “손님들이 메시지를 보내는데 가게에서 무시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와 같이 카카오 대란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신고 센터를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카톡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들도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재난과 사고, 기타 안전 위험 요인들을 신고하는 창구인 안전신문고는 이날 오전까지 ‘카카오 메시지(톡), 지도, 위치 연동, 메시지 발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해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안전신문고 앱과 포털의 신고 기능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공지를 띄웠다. 안전신문고를 운영하는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도 카카오맵과 제대로 연동이 되지 않아 신고가 정상적으로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행정 정보 미리 알려주고, 알림 등 보내주는 국민비서 ‘구삐’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카카오톡으로 알림 신청 한 경우에는 문자 또는 부채널로 대체발송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본인 인증을 해주는 카카오 인증서도 오전까지 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예비군 홈페이지에서 훈련 일정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카카오 인증서를 이용한 간편 인증이 되지 않아 애먹었다고 했다. 이씨는 “4~5번 인증을 시도했는데, 내부 서버 오류라는 오류만 뜨고 인증이 되지 않았다”며 “결국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해 로그인을 했는데, 카카오 인증서가 안 된다고 공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카톡에서 파일이나 대화 내용 등을 백업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인 ‘톡서랍 플러스’도 복구되지 않았다. 직장인 윤모(27)씨는 “출장을 위해 발급한 티켓을 톡서랍에 저장해두었는데, 톡서랍이 막히며 비행기 시간을 확인 못하다가 결국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긴 인증 끝에 확인했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3)씨도 “업무에 필요한 엑셀 파일 하나를 다운받지 않았는데, 톡서랍으로 확인이 안 돼 상사에게 다시 요청해야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화재가 난 데이터센터 내에 전원이 완전히 공급되지 않아 복구가 일부 늦어지고 있다”며 “이번주 안에 자영업자들의 피해 접수 창구를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