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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택시인 ‘카카오T 벤티’ 택시 기사 김모(57)씨는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진 지난 15일 “사실상 억지로 일을 쉬었다”고 했다. 벤티 기사들은 매출의 10%를 카카오 측에 수수료를 내고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손님만 받는 계약을 맺었는데 앱이 먹통이 되니 방법이 없었다. 김씨는 “보통 오후 4시쯤부터 새벽까지 일해 40만원 정도를 버는데, 15일에는 앱으로 예약이 아예 들어오질 않으니 하루를 완전히 날렸다”고 했다.

‘카카오T 블루’ 택시 기사인 오모(56)씨도 “토요일에는 하루 20만원 정도 버는데 어제는 수입이 반 토막이 났다”고 했다. 블루 기사들도 매출 중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데, 거리에서 마주친 손님을 태울 수 있지만 호출 손님은 벤티처럼 카카오T 앱을 통한 사람만 받는다.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비롯해 택시·대리기사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 결제 앱 카카오페이, 다음(daum) 메일 등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주말 전국적으로 국민 혼란이 컸다. 가입자만 카카오톡이 약 5000만명, 카카오페이는 3700만명, 카카오T는 3000만명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일상이 멈춘 것 같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많았다. “카카오가 얼마나 여러 분야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해 있는지 새삼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16일 서울역 승강장에 서 있는 카카오 택시의 모습. 지난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로 카카오 택시 기사들이 손님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가 잇따랐다. /김지호 기자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하는 시민들은 크고 작은 실질적인 피해를 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영업자의 경우 한참 장사를 해야 할 주말 저녁에 혼란이 컸다. 서울 용산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토요일 저녁에 손님만 10명을 돌려보냈다”면서 “카카오톡 앱으로 다른 사람에게 받은 쿠폰이 안 뜬다는 손님도 있었고, 쿠폰이 보여도 우리 식당에서 전산으로 처리가 안 돼 항의하는 손님도 많았다”고 했다.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에 입점한 업체나 카카오를 통해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세 헤어샵, 네일샵 등도 피해를 입었다.

배달 때 기사들이 사용하는 앱이 카카오맵과 연동된 경우도 많아, 식당에서 배달 주문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손해를 본 사람들도 있었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배달 목적지가 제대로 기사 앱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잇따라 식당 주인들이 일일이 문자로 배달 주소를 찍어주느라 난리였다”고 했다.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하려다 실패해 급하게 신용카드나 현금을 찾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전적 피해를 봤다”는 반응도 있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고객 중 70%에 달하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카톡 앱으로 로그인을 할 수 있는데, 이날 저녁 앱이 먹통이 되면서 접속을 못 하는 일이 잇따랐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코인 거래를 제때 할 수 없어서, 앉아서 100만원 넘는 돈을 날렸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직전 24시간 거래 대금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15일 오전 10시쯤 1조6000억원에 달했으나 사고 발생 후인 16일 오전 10시쯤엔 7021억원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주말을 맞아 각종 모임을 하던 시민들 불편도 컸다. 이날 저녁 지인들과 단체 모임을 하던 직장인 허모(35)씨는 “단체 카톡방에서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카톡이 열리지 않아 일일이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카카오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킥보드를 빌렸는데 앱에 접속을 못하는 바람에 반납 처리가 안 돼 이용 요금이 50만원을 돌파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카카오 서비스 사용을 앞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대학원생 최모(25)씨도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맵, 카카오T 등 한 회사의 앱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게 이렇게 위험한 것이란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실제 15일 밤 적잖은 시민들이 카톡의 경쟁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이나 ‘네이버 라인’ 등을 새로 설치했다는 지인들의 연락을 잇따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