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이상직 전 의원이 14일 오후 2시에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전주지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이상직이 스카이72 가지고 100억원~200억원씩 걷고 다닌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며칠 전 이스타항공 채용 개입 혐의로 또 다시 구속된 이 전 의원의 이름이 튀어나온 건 이스타항공 때문이 아니었다. ‘스카이72′라는 골프장 때문이었다.

스카이72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제5활주로 부지에서 2006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온 골프장이다. 개장 당시만 해도 공항공사는 올해쯤 이 부지에 ‘제5활주로’를 지을 계획이었고, 그때까지만 골프장을 운영하겠다는 스카이72에게 부지를 임대해 줬다.

스카이72는 2002년부터 바다를 메워 골프장을 조성하는데 약 2600억원 가량을 투입했고, 해마다 임차료로 150억원 가량씩을 공사에 지불해왔다.

그러다가 제5활주로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며 문제가 발생했다. 스카이72는 공사 측에 ‘제5활주로 안 지을 거면 우리가 계속 영업을 하게 해달라’고 했다.

공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골프장은 그대로 두고, 사업자를 바꾸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입찰에서 ‘다음 사업자’로 낙점된 건 DJ-노무현 정권 인사들과 얽히고 설킨 업체였다. 이런 상황에 문 정부의 실세 중 하나라고 꼽혔던 이 전 의원 이름까지 추가된 것이다.

◇이상직 전 의원의 이름, 어쩌다 튀어 나왔나?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녹음 파일 하나를 틀었다. 이 녹음 파일에선 “이상직이가 스카이72 가지고 100억~200억씩 걷고 다닌다. 사실이다. 나는 제안이 왔는데 딱 잘랐다. 스카이72를 땡기겠다고 인천국제공항공사하고 계약을 했다는 것이 기가 막힌 일이다. 정치적으로 뒤에서 백그라운드가 없으면...”이란 취지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이 녹취의 주인공은 의학계의 한 자산가와 전직 언론사 사주의 대화였다. 이 전 의원이 스카이72 관련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의학계 자산가에게 접근했던 이야기가 공개된 것이었다. 스카이72 운영권 입찰이 있었던 2020년 말부터 스카이72 관련 정치인들의 연루설은 해마다 제기됐지만, 문 정부의 인사 이름이 나온 건 처음이다.

스카이72 골프장 /조선일보 DB

◇골프장 운영권, DJ-盧 정부 인사들 득실대는 업체로

이전까지 거론된 건 김대중-노무현 정권 인사들뿐이었다. 2020년 말, 스카이72 골프장을 새로 운영할 업체로 KMH신라레저(현 KX레저)가 낙찰되자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KX레저가 소속된 KX그룹의 수장 최상주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이었던 이종찬 전 의원을 의원 시절부터 보좌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입찰 직전까지 KX레저 대표를 지낸 양재원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일 때 보좌역이었고, 김대중 정부 땐 국정원 서기관과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사람이었다. 이강봉 KX이노베이션 대표의 형 이강래씨는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다. KX레저 사외이사였던 이강철씨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다.

정치권에서 낯익은 이름만 나왔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입찰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나오다 보니 이들의 입김이 스카이72 운영권에 개입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계속 나왔다. 특히 공사가 낸 특이한 입찰 공고 때문에 뒷말은 끊이지 않았다. 공사는 ‘가장 높은 임차료’를 써낸 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영업요율’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영업요율이란 매출액 대비 임차료 비율을 뜻한다.

이 와중에 KX레저가 한 코스의 영업요율로 100만원을 벌어 약 116만원을 임차료로 내겠다는 계획을 입찰안에 써넣은 게 화근이 됐다. 또 업계에서는 KX레저의 경우 연간 임차료가 439억원 정도인 반면 입찰에서 3위를 한 업체는 480억원이라는 계산을 내놓기도 해, 3위를 기록한 업체가 이러한 내용을 바로 엮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文 정부 인사’, 이상직까지 추가

DJ-노무현 정부 인사의 개입설과 의뭉스러운 입찰 과정 때문에 진흙탕이 된 이 상황에서 문 정부 인사인 이 전 의원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KX레저 대표를 지냈던 양 대표가 이 전 의원의 전주고 동문이다 보니 올 국정감사에서도 연일 스카이72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장 의원은 21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원석 검찰총장 앞에서 이 전 의원 이름이 나오는 녹음 파일을 튼 뒤 “지금 여기에 등장하는 정치인(이상직)이 다른 사건으로도 연루돼 있는 정치인”이라며 “이 사건에 대한 실체가 잘 밝혀질 수 있도록 의지를 가지고 수사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인천지검에서 충실히 수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앞선 17일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었다. 이날 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상대로 “KMH(KX레저)가 100억원을 벌면 116억원을 임차료로 납부하게 되고, 이익이 없으면 임차료가 0원이 되는 이상한 영업요율로 낙찰됐는데, 이 배경에 문 정부의 핵심 실세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공사 측은 이런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공사 측은 “당시 정해진 법률과 규정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다”며 “검찰 수사와 민사소송을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