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만 151명에 이르렀고 연인과 친구, 가족을 잃은 시민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사고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세계음식특화거리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에서 벌어졌다.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이 골목의 폭은 4m 내외, 총 길이는 50m다. 세계음식특화거리 쪽으로 오르막 경사가 져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골목이 좁아지는 구조다.
사고 생존자들과 목격자들은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움직일 수 없게 됐고, 경사진 골목 구조상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위에서 (경사가) 가파른 상태로 미니까 도미노처럼 소리지르면서 쓰러졌다”고 적었다.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 등에 따르면, 골목에는 사람들이 꼼짝하지 못하고 서있었고 곳곳에서 ‘밀지 말아달라’는 소리와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상점 가까이 서있던 사람 중 일부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난간을 잡고 버티기도 했다.
전문가는 사고 원인으로 과도한 인파가 몰린 점을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30일 YTN ‘굿모닝와이티엔’에서 “골목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그 상황에서 한 분이 넘어지면서 거기서 사람들이 계속 차곡차곡 넘어지면서 쌓이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염 교수는 “하필 여기가 비탈길 내리막길이었다. 그러니까 내리막길 쪽 방향으로 사람이 쏠리면서 넘어진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거기서 자기 힘으로 버틸 수 없고, 밀려 넘어지면 계속 사람들이 쌓여서 압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결국 밑에 있는 분은 정말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사망자는 151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82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사망자 수는 19명으로, 이들의 국적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노르웨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