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이태원 파출소 직원의 가족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일선 경찰에게 떠넘기는 행태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보이는 이태원 파출소와 근무 중인 경찰들. /연합뉴스

2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 파출소 경찰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의 가족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언론,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말단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문책해 대충 다시는 이런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하고 치워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 가족을 포함해 당시 근무했던 경찰 중 바쁘게 일하지 않은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며 “다만 인력이 없어서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동대에 출동 요청을 계속했지만 윗선에서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밤새 심폐소생술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고생했지만 정작 경찰 너희들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계셨던 경찰관, 소방관분들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제 가족은 PTSD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했다.

이어 “당장 징계 받지 않을까, 혹시 이러다 잘리면 어떡하나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라며 “나는 최선을 다해서 윗선 지시대로 일했는데 막상 문제 생기고 나니 내 탓이라며 나부터 징계받고 잘린다고 생각해 봐라.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글을 올린다”고 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말단 파출소가 뭔 죄가 있겠냐.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데”, “경찰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노고 많으시다”라며 작성자를 위로했다. 또한 직장명이 ‘경찰청’인 한 네티즌은 이 글에 “우리 조직 답 없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1일 경찰청 내부망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관 A씨는 “사건 당일 약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며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또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경찰청장의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경찰청은 특별감찰팀을 편성하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후 부실 대응 의혹과 관련한 감찰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까지 감찰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휘부가 현장 경찰만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파출소 경찰 B씨는 4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참사 이후, 용산구 전체 파출소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직 구체적인 징계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불안해 하고 있다. 다들 현장에서 고생만 했는데 여론은 경찰관 탓을 하고, 여기에 지휘부까지 나서 현장 경찰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거 같은 상황이 벌어지니 너무 답답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