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갔던 풍산개들을 정부에 반환하겠다고 밝히면서, 개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전례대로라면 동물원으로 보내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행법상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기록물’로 국가 소유이며, 동·식물의 경우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직대통령은 일종의 기관으로 분류된다.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준 풍산개를 양산으로 데려갈 수 있었던 근거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위탁 관리비 예산 지급 등을 포함한 관련 법규 개정 지체를 이유로 7일 전격적으로 ‘풍산개 반환’을 발표했다. 반환에 관한 입장문에서 문 전 대통령 측은 사적(私的) 감정이 개입된 ‘입양’ ‘양육’ 대신 “위탁관리”라는 표현을 썼다. 정이 들어 키운 게 아니라 억지로 키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 3마리의 반납을 결정하면, 이 개들은 똑같은 ‘위탁관리’의 관점에서 동물원이나 식물원으로 보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 관계자는 풍산개들의 거취에 대해 “현재로서는 전례를 따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역대 대통령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받은 동물은 대부분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국무위원장)로부터 받은 풍산개 2마리를 퇴임 뒤 서울대공원으로 이관했다. 이 개들은 한국으로 온 그해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졌고, 거기서 2013년 여생을 마쳤다. 둘 사이에 태어난 새끼 개들도 서울대공원에서 길러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으로부터 받은 시베리아 호랑이도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이 호랑이는 사육사를 공격해 숨지게하는 사고를 저질렀지만, 안락사나 독방 감금 등 징벌성 조치는 받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받은 판다 한쌍은 에버랜드에서 사육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