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에서 내보내진 송강이와 곰이가 9일 오후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뜰에서 산책하고 있다. /대구=최훈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양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의 9일 모습을 조선닷컴이 단독으로 포착했다.

대구광역시 소재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설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있는 곰이와 송강이는 이날 오후 2시쯤 병원 앞뜰에 산책을 나왔다. 이 병원은 입원한 개들 가운데 산책이 가능한 상태의 개들을 하루 3회씩 산책시킨다.

병원 관계자들은 산책을 시작하며 개들에게 “송강아, 곰이야 가자”라고 했다. ‘이 개들이 문 전 대통령이 파양한 개가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병원 측은 곰이와 송강이를 데리고 병원 앞뜰을 반 바퀴 돌았다. 수컷 송강이는 가로등에 뒷다리를 들고 소변을 봤고, 암컷 곰이는 잔디밭 위에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본 뒤 뒷발로 힘차게 자신의 배설물을 덮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에서 내보내진 송강이(왼쪽)와 곰이가 9일 오후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뜰에서 산책하고 있다. /대구=최훈민 기자

곰이가 꼬리를 위로 동그랗게 말아올린 상태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에 비해, 송강이는 꼬리에 힘도 덜 들어가 있고 어딘가 위축된 모습이었다. 조선닷컴 촬영 영상을 본 현직 수의사 A씨는 “수컷 풍산개는 몸 상태라든지,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개들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문 정부에 선물한 개다. 문 전 대통령은 4년간 청와대와 사저에서 이 개들을 키워 오다 하루 전인 8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이 개들을 내보냈다. 문 전 대통령 측이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관한 근거 법령 처리 지연을 문제 삼으며 파양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이었다. 경북대 관계자에 따르면 그날 대통령기록관 관계자 4~5명이 승합차로 이 개들을 병원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양한 풍산개 '송강이'(오른쪽)가 9일 오후 2시쯤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을 산책하던 도중 가로등에 배변하고 있다. /대구=최훈민 기자

개들은 이 병원에서 수일간 검진 받은 뒤 다른 위탁 기관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례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선물로 받은 동물은 대부분 서울대공원이 위탁받아 관리해왔다.

7일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입장문을 통해 “곰이와 송강이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 관리비 예산 지원’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윤건영 의원 등 문 전 대통령 측근들은 ‘정부가 법령 개정을 지연한 탓에 문 전 대통령이 개를 데리고 있는 자체가 위법인 상황’이란 주장을 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 법령에도 전직 대통령 비서실같은 ‘타 기관’이 대통령 선물인 동물을 이관받아 관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현행법령에 없는 것은 ‘예산 지급’ 조항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5월9일 자신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과 협약을 체결, 개 관리비를 예산으로 지급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대통령기록관이 당초 만든 예산 지원안(案)에 따르면, 사료비로 35만원, 의료비로 15만원, 사육·관리 용역비로 200만원씩 세금 총 250만원을 매달 지원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그러한 계획에 의문을 제기, 후속 작업이 지연돼 왔다. ‘애정이 있어서 가져가는 게 아니라 그 정도 돈을 받는 위탁 관리라면 차라리 전문 기관에 맡기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은 8일, 전날의 개 반납 발표를 실행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