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매체 '민들레'가 올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실명 명단.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후 모자이크

친야(親野) 성향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망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심각한 보도윤리 불감증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14일 논평에서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을 표방한 신생매체인 ‘민들레’와 시민의 편에서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더탐사’는 한국기자협회가 무수한 사회적 재난과 참사를 겪으며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을 보았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명단공개는 재난보도준칙 제11조, 제18조, 제19조를 모두 위반했다”고 했다.

재난보도준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언론이 지켜야 할 세부 기준을 제시했으며 한국기자협회가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제정했다.

재난보도준칙 제11조(공적 정보의 취급)는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 당국이나 관련 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18조(피해자 보호)는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 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상공개 주의에 관한 규정도 있다. 제19조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언론노조는 “이번 희생자 명단 공개는 참사 희생자 유족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그 목적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심각한 보도윤리 위반임을 분명히 한다”며 “지금이라도 두 매체는 유족에 대한 사과와 함께 해당 기사를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의 반발도 나왔다. 한 희생자 유가족은 SBS에 “유가족들만큼 이 사람들이 슬플까요.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전 국민에게 애도를 강요한다는 건 본인들 언론사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일밖에 더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들레 댓글 창에도 “지금 뭐 하시는 거냐? 저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당장 글 내려라”, “내가 유족이고 공개 원치 않는데 당신들이 도대체 뭔데 공개하느냐”는 글이 달렸다.

민들레는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이름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은 이메일로 연락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이후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을 삭제했다”며 명단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