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가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 실패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과 학회 회장(경희대 소청과 교수)이 소청과 기피 현상 이유를 밝혔다.
나 회장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몇년새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2023년에는 수련 병원에 전공의 정원의 39%만 근무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2차 병원이나 3차 병원의 진료체계 붕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악조건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가 마감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전국 수련병원 67곳 중 소청과 지원자는 전체 정원 201명의 16.4%(33명)에 그쳤다. 지난해(27.5%)보다도 떨어져 역대 최저를 찍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자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소아 청소년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고, 이어 인천 가천대 길병원이 내년 2월 까지 입원 치료를 중단했다.
◇개원 후 가장 돈 못버는 과, 환자와 소통 문제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나 회장은 “한마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미래 비전에 대한 상실”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소청과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진료수가에 시달리면서도 대량진료로 보전을 해왔었다”며 “초저출산율 때문에 진료량이 약 40% 감소됐고, 그러면서 전문의 진료에 대한 불안이 많이 가중됐다. 개원 후 수입면에서도 모든 과 중에 가장 낮고, 수년 전에 비해서 수입이 감소한 유일한 진료과”라고 했다.
이 뿐 아니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진료과들은 노동집약적인 진료를 많이 담당하고 중증환자를 다루고 있다”며 “이러한 여러 노동에 대한 보상이 미약한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질환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사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소청과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와의 소통 문제도 원인으로 꼽았다. 나 회장은 “소청과에서 특히 소아는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 환자가 좋아졌는지 안 좋아졌는지 환자가 표현을 잘 못한다”며 “그래서 보호자분들, 특히 부모나 조부모가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분들의 만족도를 충족하는 건 상당히 어렵고 기대감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분들과 상담이나 면담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도 걸리고 또 서로 오해가 많이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아이를 키우다보면 여러 가지 궁금한 점, 육아에 대한 궁금한 점도 많이 나타난다. (진료 때) 육아에 대한 궁금한 점을 질문한다”며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지만 진료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를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미래비전 밝게 해 주면 해결”…소아청소년과 기피 막을 대책은
소청과 의료 공백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론 ‘의료수가’와 ‘예산지원’을 꼽았다.
나 회장은 “의료수가를 소아의 진료라는 특수성에 맞춰 보장 수준이 훨씬 높아져야 된다. 그렇게 해야 전공의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응급실이나 응급전담전문의,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신생아실,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에 대한 직접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며 “소아청소년 인구가 전 인구의 17%다.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담당하는 것은 사회안전망이라고도 생각한다. 보건복지부내에 소아, 청소년의 건강을 담당하는 부서가 개설되어야 된다”고 했다.
끝으로 나 회장은 “소청과를 택하는 것에 대한 미래비전을 조금 더 정확하고 밝게 해 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수년 간 더 악화될 이러한 진료체계 시스템의 붕괴(를 대비하고), 2, 3차 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다루고 또 야간에 병원을 찾는 응급 환자들의 진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시는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