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환기의 작품 진품을 15억원에 판매한다며 최근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화가 김환기의 작품이 매물로 등장했다. 무려 15억원의 가격이 매겨진 물품이 등장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근마켓에 뜬 역대급 매물’로 화제가 됐다. 판매자는 “가품일시 80% 이상 보상한다”고 했지만, 당근마켓은 해당 판매자를 “가품 거래 사유”로 이용 정지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당근마켓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활동하는 판매자 A씨는 “김환기 1954년 작품 진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가격은 15억원이었다.

A씨는 “김환기의 점묘 작품 중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작품”이라며 “미국에서 구입했고, 국내에서는 아직 감정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보기만 해도 좋다”며 “뒤에 씰이 붙어있는데, 전시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제 부동산, 코인 재테크는 안 된다. 미술품 모으는 게 돈 버는 것”이라며 “15억원에 사서 40억원에 팔아보라. 이만한 투자 없다”고 했다. 이어 “혹시 걱정된다면 만약 가품일 시에는 3개월 안에 연락해주시면 원금 80% 이상 보상하겠다”며 “판매자의 양심”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김환기 작품이 15억이면 진짜 싼 거 아니냐”라면서도 “15억 원짜리 미술품을 뭘 믿고 택배로 배송받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한편에서는 “가품이라면 100% 보상을 해야지 왜 80%만 보상하느냐”며 “판매자가 3개월 만에 3억 버는 재테크 중”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2019년 경매 당시 약 132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 /연합뉴스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김환기는 무수한 점을 찍은 점화로 유명하다. 김환기가 1971년 완성한 푸른색 전면점화 ‘우주’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A씨가 판매하는 작품이 진품이라면 15억원이 싼 것은 맞다.

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김환기의 초기 서울시대 대표작 ‘피난열차’(1951), 파리시대 대표작 ‘항아리와 꽃가지’(1957), 두 번째 서울시대 대표작 ‘달과 매화와 새’(1959). /조선DB

그러나, 조금만 알고 보면 A씨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김환기는 파리와 서울 시대를 포함한 1950년대까지 달항아리, 매화 등 한국 고유한 서정의 세계를 구현했다. 그러다 1963년 이후 뉴욕 시대에 와서야 점, 선, 면과 같은 순수한 추상화를 남겼다. “1954년 김환기의 점화 진품”이라는 A씨의 주장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었던 셈이다.

결국 A씨는 가품, 이미테이션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신고가 누적되어 당근마켓 이용이 제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운영 정책 위반으로 제재된 경우 당근마켓 프로필 화면 상단에 경고 문구가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김환기 작품 진품을 판다던 판매자는 가품, 이미테이션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신고가 누적되어 당근마켓 이용이 제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운영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품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가품 판매 게시글의 패턴 등을 학습시킨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필터링하고 있으며 내부 모니터링과 이용자 신고 등으로 가품 판매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운영 정책에 따라 제재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기 거래를 시도한 경우 단 1건일지라도 서비스 영구 제재 조치가 가해지며 재가입도 불가능하다”며 “다른 전화번호로 가입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사용자임을 판별해 가입을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