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에 사는 김모(31)씨는 이달 말 4년간 교직원으로 일했던 사립대를 떠나기로 했다. 그가 다니는 사립대는 최근 수년간 학교를 다닐 연령대(6~21세)인 학령인구 감소에다 등록금 동결 조치 등으로 재정이 빠듯하다. 그러다 보니 교직원 월급 역시 여태 제자리걸음이었다. 오히려 학교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라는 요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 미래는 더 어두울 것 같아서 관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때 ‘신의 직장’이라고 까지 불리던 대학 교직원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초봉으로는 대기업 못지않은 급여 수준에, 사학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까지 보장된다며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운영이 어려워진 대학이 늘면서 교직원 역시 처지가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학연금관리공단이 발표하는 ‘사학연금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퇴직한 대학 교직원 수는 1만4993명으로, 전체 대학 교직원 수(15만6478명)의 10%에 달했다. 이 중 재직 기간이 5년 미만인 퇴직 교직원 수는 1만294명으로, 전체 퇴직 교직원의 69%였다. 지난 2010년대 중반에는 이 비율이 50%쯤이었는데, 최근 몇 년 새 계속 늘고 있다.
20~30대 교직원들은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우선 대부분 대학들이 지난 2009년부터 작년까지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면서 교직원 임금도 큰 변화가 없어 임금 경쟁력이 떨어졌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우 교직원 초봉이 연 3000만원 중후반으로, 지난 2010년대 초중반과 비슷하다. 작년 서울의 한 사립대 교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A(27)씨는 “막상 일해보니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에 비해 급여가 너무 낮아 금융 공기업으로 옮길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반면 업무 강도는 커졌다. 재정이 빠듯한 대학들이 교직원 숫자를 줄여온 탓이다. 한 사립대 교직원은 “교내에서 교직원의 ‘교수 모시기’ 문화는 여전해 젊은 층의 불만이 크다”고 했다. 고공행진했던 교직원 채용 경쟁률도 다소 낮아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의 경우 5~6년 전 통상 200대1을 넘나들던 경쟁률이 최근 100대1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추세라고 알려졌다. 한 공립대 교직원은 “사람 못 뽑을 걱정은 한 적이 없는 직장인데, 그만두겠다는 직원이 늘어나니 슬슬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