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옥 백운규

문재인 정부가 전(前)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을 부당하게 사퇴시켰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2017년 말 한국전력 자회사 한전KDN 사장 내정자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그 다음 날 산업부 차관과 담당 국장·과장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산업부 산하기관 등의 임원 인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며 당시 정황을 공소장에 자세히 적시했다.

31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게 제출한 조 전 수석과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19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수석은 2017년 11월 30일 산업부에 미리 알려준 한전KDN 사장 내정자가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자, 다음 날인 12월 1일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당시 산업부 차관과 담당 국장, 과장을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조 전 수석에게 ‘한전KDN 담당자가 내정자를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이 위험해 일부 위원에게만 알려준 결과 내정자가 탈락했다’는 경위서도 보고했다.

하지만 조 전 수석은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다 보고된 건이다. 얼마나 신경을 안 썼으면 이런 사람이 떨어질 수 있겠느냐. 앞으로 신경 잘 쓰고 이런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라”고 이들을 질책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썼다.

또 검찰은 조 전 수석이 2017년 11월 부하 직원을 통해 “신임 기관장 임명 완료 전까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인사를 동결하라”고 지시했으나 한전KPS 사장이 임금피크제로 전환되는 직원 등 86명에 대한 인사를 내자, 그 인사를 취소하기 위해 개입한 정황도 자세하게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조 전 수석은 한전KPS 인사 사실을 알게 되자,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산업부 운영지원과장에게 “인사를 한 것은 청와대 지시를 거역한 것이다. 당장 장관에게 보고하고 원상회복 조치하라, 특감반을 보내 조사하겠다”고 압박했다. 당시 한전KPS 사장은 당시 “여기는 기업이다, 국가 지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뛰는 애들이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인사는 취소됐다.

검찰은 또 백 전 장관의 경우 2017년 10월쯤 산업부 소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기관장 교체를 염두에 두다,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에게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로 인해 국고 낭비가 심각한데,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또 같은 해 11월엔 그가 “위 4개 기관장들의 사표를 받아야 하니 청와대와 협의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썼다.

이들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봉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은 민주당 정치인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 명단인 ‘정무적 인사 인재풀’을 전담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가 별다른 경력이 없어 공공기관 등에 정식 추천이 곤란한 인사들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민간단체에 별도로 취업시켜주기로 마음먹고, 2018년 1월 청와대 근처 한 카페에서 산업부 담당 과장을 만나 “캠프나 더불어민주당에는 오랫동안 직업도 없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산업부 산하 협회(비영리법인)에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 백 전 장관은 이 내용을 보고받고 “협조를 해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지난 19일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 김 전 비서관,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7년 9월~2018년 4월 산업부·과기부·통일부 산하 공공 기관장 19명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사표를 내게 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