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2만 8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진 피해 현장엔 각국에서 출발한 민간 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지 구호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다수의 민간인 봉사단원들이 직접 튀르키예 땅을 밟았다.
한인 봉사단은 지진 발생 엿새가 지난 12일까지도 현장에선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본지는 지난 9일 한국에서 튀르키예 안타키아로 출국해 이재민에게 구호 봉사를 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에게 현지 상황을 물었다. 봉사단의 조현삼(64)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기 안타키아에서는 아직 곳곳에서 구조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 나흘동안 생존자가 살아나오는 모습은 거의 못 보고 시신이 수습되는 장면만 볼 수 있었다”며 “무너진 건물 잔해 옆에서 ‘살던 아파트가 무너졌는데 어머니가 그 안에 깔려있는 것 같다’고 우는 20살 소녀를 달랠 길이 없었다”고 했다. 조 목사를 포함한 봉사단원 5명은 지난 9일 한국에서 튀르키예 안타키아로 출국해 이재민들에게 구호물품을 전하고 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시민들도 여진이 찾아올까 두려워 영하의 날씨에도 건물 안에서 잠을 청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재민들은 각국의 봉사단 등에서 설치한 천막과 임시 텐트 등에서 가까스로 잠을 청하고 있다. 조씨는 “인근 지역에 사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안타키아를 다 빠져나갔고, 지금 여기에 남은 사람들은 도움 받을 일가친적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구호품 받은 아기 엄마가 내 품에 안겨 우는 걸 보면서 기댈 곳 없는 그 처지에 덩달아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한편 이재민들이 사용할 생필품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영하의 날씨에 기름이 동나 이재민들이 석유난로 대신 석탄과 나무를 태우는 화목난로를 쓰고, 밀가루 등으로 간단한 요리를 하기 위해 마을 한켠에 공용 화덕도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10일부터 안타티카 현지에서 직접 이재민들에게 생필품을 나누고 있는 봉사단의 홍철진(44)씨는 “어제까지 담요 6500장, 속옷 1만2500세트, 밀가루 1.5t 등 현지 사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구호품을 모아 나눠줬는데도 물건이 부족해 빈 손으로 돌아간 이재민들이 많았다”면서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물건을 나누어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가정 당 구호품 한 세트씩만 가지고 가도록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12일 오전(현지 시각) 10시쯤 이들 봉사단이 트럭에 구호품을 싣고 안타키아 시내의 한 골목에 자리를 잡자 10분만에 이재민 100여명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형제의 나라’ 한국에서 온 봉사자들에게 현지인들은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봉사단의 성백철(50)씨는 “이재민에게 나누어 줄 구호 물자를 싣고 안타키아로 가겠다고 하니 현지 트럭 기사가 지진 피해로 왕복 12시간도 넘게 걸리는 길을 기름값만 받고 운행해주겠다고 하더라”면서 “튀르키예 도착 직후엔 영어조차 잘 통하지 않아 헤맸었는데 ‘지진 피해자 도우러 왔다’고 소문이 나니 동네 사람들이 나와 물건 나르는 일을 도와주고 ‘먹어보라’며 차와 음식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