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서울 강남구의 한 홍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28)씨는 최근 심리 상담을 받을 곳을 찾고 있다. 지난달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는 등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자, 회사에서 전면 출근을 시킨 게 계기가 됐다. 이 회사는 작년까지 재택근무를 주로 해 왔다고 한다. 그는 면전에서 ‘상사 눈치’를 보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김씨는 “작년 6~12월 재택근무 할 때는 내 일만 잘 마치면 됐지만 지금은 상사 기분이 안 좋으면 하루 종일 긴장하고 비위를 맞춰야 하니 스트레스가 크다”며 “내가 자리를 지키는지 상사가 감시하는 것 같고, 업무 관련 질문을 한 후 답변이 마음에 안 들면 눈앞에서 면박을 주는 게 힘들다”고 했다.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회사가 코로나 이전처럼 대면 근무 체제로 돌아간 가운데,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직접 상사들을 만나고, 동료들과 대면으로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특히 코로나가 한창일 때 입사해 재택근무만 주로 해왔던 젊은 층에서 이런 반응이 많다.

2년 차 직장인 이모(27)씨가 다니는 한 물류 회사는 코로나로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해 오다, 이달 초부터 전면 대면 근무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생긴 이씨의 고민은 회식이다. 이씨는 “회식에 빠지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필수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대면 근무하면서 상사들이 던지는 농담과 수다에 반응하는 것도 힘든데 회식까지 가야 하니, 업무만 끝내면 자유였던 재택이 그립다”고 했다.

정신과나 상담센터 등에서도 젊은 직장인들의 대면 근무 스트레스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정신과는 “작년 말부터 찾아오는 20~30대 직장인이 계속 늘고 있고, 하루에 15명 진료하면 이 중 80%가 대면으로 바뀐 근무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라고 했다. 경기 수원시의 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에도 직장인 상담은 있었지만 요즘은 재택에서 대면으로 바뀌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가 많다”며 “코로나 이전보다 20~30대 중반 직장인 상담이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들의 이런 반응이 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당연히 불법행위이거나 스트레스 요인이라 지양해야 하지만, 업무 과정에서 지적을 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것 등은 직장에서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대기업 임원 B씨는 “재택근무가 오래 지속돼 대면으로 일하는 것에 일시적으로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불필요한 회식을 줄이고 서로 존중하는 사내 문화를 만들자는 흐름은 여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