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 살고 있는 시, 군, 구 유튜브 구독하고 있다. 손? 없죠? 없을 겁니다.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거든요? 저만 해도 안 보는데….”
‘강서구’라고 쓰인 후드티셔츠를 입은 ‘유튜버’가 자조적으로 말한다. 서울 강서구를 홍보하기 위한 유튜버가 하는 말이라기엔 지나치게 솔직하다. 생김새도 평범하지 않다. 창백한 얼굴, 보라색 단발머리, 보라색 눈동자를 갖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선보인 공무원 버츄얼 유튜버다. 버츄얼 유튜버는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캐릭터가 등장해 방송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말한다.
‘강서구 버튜버’는 강서구를 상징하는 캐릭터 새로미를 “3D캐릭터로 의인화했다”고 하지만, 네티즌들이 보기에는 예전 만화에서 보던 ‘2D캐릭터’에 가깝다. 음향의 질도 좋지 않아서 마이크의 잡음이 고스란히 들린다. 약간은 모자라는 것 같은 퀄리티는 웃음으로 승화한다. 버튜버는 “생김새가 왜 이렇게 허접하냐고요? 돈이 없으니까!”라며 “여기 주무관이 돈안드는 무료 샘플 가지고 그냥 뚝딱뚝딱해서 만든 겁니다”라고 한숨을 쉰다.
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지는 솔직한 방송 내용에 네티즌들은 오히려 호응했다. 1만5000개의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젊은 공무원의 쥐어 짜내는 재치와 짹짹거리는 허접 마이크의 분투가 너무 재미있다. 적은 예산, 부족한 자원으로 이렇게 하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 마이크 잡음이야말로 모랫바닥에서도 철옹성을 쌓아 올릴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헝그리 정신을 보여준다”는 댓글 역시 1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렇다고 강서구에 관한 정보 알리기를 놓치지도 않았다. 강서구 출신 유명인으로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인기가 높은 ‘리그오브레전드’의 ‘페이커’ 이상혁을 소개했다. 그는 서울 강서구 마포고 출신이었다. 또한 구독자 95만명을 보유한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TV’의 오사카 부장님 또한 강서고를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강서고는 서울 양천구에 있었다. 버튜버는 “마포고는 강서구에 소재하고 있고 강서고는 양천구…”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해당 유튜브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다. 에펨코리아에는 ‘강서구 공무원 누나가 갑자기 2D로 변해버린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조회수 70만을 기록했다. 원래 강서구청의 여성 공무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2D’ 버튜버가 나오는 채널로 바뀌자 오히려 조회수가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네티즌들은 “저렇게 예쁜 공무원이 나오는데도 보는 사람 없다가 대충 만든 2D 캐릭터 나오니까 대박이 나나. 취향이라는 건 알 수가 없다” “주변 반응 보니까 홍보도 확실하고 버튜버 파급력 괜찮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서구청에 따르면 그동안 유튜브 조회수는 평균 200~500회를 기록했으나 ‘공무원 버튜버’ 조회수는 3일 오후 2시 기준 11만3000회를 넘겼다. 500회를 기준으로 삼아도 200배 이상의 성과를 낸 셈이다. 해당 영상이 올라온 이후 구독자수도 4000명이 늘었다고 한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3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버츄얼 유튜버라는 개념이 젊은이들에게 친숙해지는 와중에 지자체 최초로 시도했기에 이슈가 됐던 것 같다”며 “똑같은 내용이라도 사람이 나왔다면 조회수는 예전과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향식 의사구조가 이뤄졌기에 가능한 영상이었다”고 했다. 영상을 제작하는 홍보기획관이 하고 싶은 새로운 형식의 영상을 만들었고, 관리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이를 허가해줬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 보니 첫 화에서는 마이크 음질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겠다“라며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오히려 자신이 개입하면 재미없어질 수 있으니 지원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라고 했다.
‘강서구 버튜버’는 현재 2편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버츄얼 유튜버만 전담으로 하는 분이 아니다 보니 1편 제작하는 데만 2주가 걸렸는데, 저희가 2편은 언제 나오냐 압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