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주 69시간 근무제’ 법안 재검토를 지시한 것과 관련,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MZ노조’로 알려진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송시영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은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취지 자체는 동의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부의장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간담회에서) 연장근로의 유연화 제도에 대한 우려나 부작용,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 제도 취지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 자칫 사측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6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해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적을 때는 푹 쉬자’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보완 검토를 지시했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하루 만인 15일 사업장 노사와 MZ 노조를 잇따라 만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송 부의장은 “(간담회) 자리에서는 ‘전면 백지화다’ ‘수정할 거다’는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라, 악용되는 부분에 대해 전달하고 정부 측의 압장을 듣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었다”며 “정부 측 입장도 당연히 들었다. 정부 측에선 ‘잘못 오해한 내용이 있다. 근로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 취지가 아니다’는 식으로 원안대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MZ노조 측 입장에 대해선 “협의회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장근로에 대한 유연화가 필요한 사업장이 분명 있다”면서도 “반대하는 이유는 이 법은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돼 영향을 미친다. 이 제도가 시행할 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정부의 의도보다는 사측에 악용될 수 있는 사례가 더 많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당초 MZ세대가 이 법안을 찬성한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MZ세대라고 하는 분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으로 하위 직급”이라며 “지금 있는 휴가조차 못쓰고 있는데 한달 내내 휴가를 갔다 오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나”고 했다.
‘사측이 69시간제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확실한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이걸 막을 수 있는 법이 있을까”라며 “지금 주 52시간제도 안 지키고 있지 않나. 지금도 안 지켜지는 상황에서 과연 지켜질까라는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중년 노동자와 양대 노총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추진하다가, MZ노조가 반대하자 재검토를 지시한 점이 불편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송 부의장은 “MZ라는 특정 단어 때문에 그러시는 것”이라며 “저희 스스로 MZ라고 한 적도 없고, 협의회에 속한 위원장님들 중 50~60대 분들도 있다. (앞으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가치에 맞춰서 생각과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을 MZ라고 생각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