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 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던 중국인 유학생 1학년 A(18)군은 지난해 11월 재한(在韓) 중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봤다. “명품을 대리구매하는 업체인데,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아서 면세점이나 백화점 가는 사람에게 돈을 전달하면 일당 1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A군은 의뢰자에게 연락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고, 하루동안 2회에 걸쳐 1400만원, 2000만원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이 업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조직에 옮기는 ‘수금책’이었다. 이후 작년 12월 학기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던 A군은 개학을 맞아 다시 한국에 왔는데, 지난 14일 서울 용산경찰서의 수사 끝에 체포됐다.

국내 대학으로 유학 온 중국인 유학생들이 범죄 조직에 속아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에 이용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검거 인원 중 중국인은 2018년 551명, 2019년 609명, 2020년 663명, 2021년 845명, 2022년 845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유학생들은 보이스피싱 범죄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이런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한다.

서울대 박사과정을 앞둔 중국인 유학생 B씨도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해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7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1년 11월 커뮤니티 사이트에 구직글과 이력서를 남겼던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명품 대금을 수금해 전달하는 업무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당일 오전에 1건 피해금 전달을 마친 뒤, 두 번째 수금 장소로 가 대기하던 중 이런 아르바이트를 조심하라는 글을 보고 일을 그만뒀지만 이후 경찰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유학생들에 대한 처벌도 강해지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C(23)씨는 전달책 업무로 범죄 수익이 200만~30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적음에도, 법원은 지난해 5월 사기 혐의로 C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 9월에 전달책 업무에 동원된 중국인 유학생은 초범임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이 선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