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번 넘게 난임 시술을 했어요. 누구보다 난임 부부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들을 돕고 싶었어요.”
박춘선(57) 서울시의원(국민의힘‧강동3)은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박 시의원은 결혼한 지 3년 뒤인 35세에 처음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는 “총 10번 이상의 난임 시술을 했는데, 당시는 임신이 오로지 개인의 문제였던 때라 지원은커녕 어딜 가서 사정을 털어놓지도 못했다”고 했다.
명절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는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척이 아이를 먼저 낳았는데, 집안 사람들이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지더라”면서 “아이가 옹알이, 걸음마를 하며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지만, 임신이 어려웠던 내 상황이 슬펐다”고 했다.
그는 임신을 시도하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알게 된 정보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2003년 온라인 카페를 열었고, 이게 국내 최대 난임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난임가족연합회(난가연)로 발전했다. 그는 난가연의 회장을 지내다 작년 6월 서울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가 회장으로 활동할 때 가장 애쓴 것 중 하나가 의학적 용어인 ‘불임’을 ‘난임’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는 “2005년쯤 난가연 회원 한 명이 의사에게 불임이라는 말을 듣고 엉엉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며 “난산(難産)이라는 말처럼 안 된다(不)는 말 대신 어렵다(難)는 말을 써서 임신도 난임으로 부르면 어떨까 했다”고 했다. 그 뒤 난가연은 난임 캠페인을 벌였고 2012년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불임 대신 난임이라는 용어가 공식 확산됐다.
지난 8일 서울시가 난임 시술비를 지원할 때 소득 기준을 없애기로 발표한 것처럼, 시의원으로서 시 정책에 자기 경험을 녹여볼 생각이다. 그는 저출생 대책에 대해 “애써 아이 낳고 싶지 않은 사람 설득하지 말고, 지금껏 몇 번의 시술을 했든, 전국 어디에 살든 상관 없이 정부와 지자체가 도와줘야 저출생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