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발표한 ‘학교 폭력 근절 종합 대책’의 핵심은 가해자 엄벌이다.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이 학폭을 저질러 기록이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에 남으면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그동안 교육부는 학폭 예방에 중점을 뒀지만, 2015년 약 2만건이던 학폭은 지난해 6만2000건으로 3배로 늘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학폭 가해자, 정시 불이익 확대

학폭 기록이 정시에도 확대 반영된다. 그동안 학생부를 활용하는 수시 모집의 경우 대학 90%가 학폭을 평가에 반영했다. 반면 정시에선 대학의 3%만 학폭을 평가에 넣었다.

이날 정부는 현재 고1 학생이 치르는 2026년 대입부터 수시는 물론, 수능·논술·실기·실적 전형에도 학폭 기록을 반영하도록 했다. 학교장 추천 전형의 경우 학폭 가해자의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구체적 기준과 방식을 오는 8월 ‘2026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고2 학생이 응시하는 2025년 대입에선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폭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각 대학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기본 사항’에서 전형 기준을 이미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 등은 자체적으로 정시 때도 학폭 전력을 반영하기로 했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이 등장한 장면. 정부는 12일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기한을 현행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2026년 입시부터 정시 모집에도 해당 기록을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 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넷플릭스

◇학폭 기록 졸업 후 4년 남아… N수에도 영향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이 졸업 후 최대 4년까지 늘어난다. 기존은 졸업 후 2년이었다. 고등학생 때 학폭으로 출석 정지(6호), 학급 교체(7호), 전학(8호) 등 중징계를 받으면 졸업 4년 후까지 이 기록을 안고 있어야 한다. 출석 정지와 학급 교체 기록은 졸업 직전 삭제를 요청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피해 학생 동의’를 반드시 받아오도록 했다. 또 피해 학생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면 징계 불복으로 간주해 기록 삭제를 사실상 해주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3월 이후 발생하는 학폭 가해 기록은 졸업 후 4년 보존된다. 그전까지 기록은 모두 2년 보존된다. 따라서 기존 학폭 기록은 재수, 삼수 할때만 불이익이 있었지만, 내년부터 발생하는 학폭 기록은 사수, 오수까지도 영향을 주게된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은 약 28%에 달했다. 개정된 보존 기간을 내년 3월 1일 이후 적용하기 때문에 현 고3의 경우 최대 2년 보존하는 셈이다. 정시 반영은 올해 고1이 대학 가는 2026학년도 입시부터다. 따라서 고1들은 대학에 갈때 학폭 기록이 있으면 수시뿐 아니라 모든 대입 전형에서 불이익이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학폭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자퇴하는 ‘꼼수’도 쓸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학폭 징계가 결정될 때까지 자퇴가 불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또 2026년 대입부터는 자퇴생도 고교 학생부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다수 대학은 자퇴생에 대해선 학생부 대신 검정고시 성적표를 제출하라고 해왔다. 중학생도 특목고·자사고 등을 준비한다면 학폭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취업에는 큰 영향 못 미칠 듯, 학교 처벌권도 강화

학폭 기록이 현실적으로 취업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는 데 4년 이상 걸리고 채용 과정에서 고교 학생부를 요구하는 기업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고졸 구직자나 2·3년제 전문대 졸업 구직자는 기업이 요청할 경우 학폭 이력이 남은 학생부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학교 자체 처벌 권한도 강화한다. 학교장도 학폭 가해자에게 7주간 출석 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학폭 발생 시 전담 기구가 사안을 조사하고(최대 3주), 학폭 대책심의위원회가 조치를 결정(최대 4주)하는 동안 출석을 막을 수 있다. 기존에는 최대 출석 정지가 10일이었다.

교사 면책 특권도 마련한다. 교사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학폭 분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또 학폭 피해자가 소송 등에 휘말렸을 때 법무부와 연계해 국선 변호사 도움을 받게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처벌 강화는 필요하지만 입시 불이익을 피하려고 학교·교원 상대 소송과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