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서울 강북구의 한 영화관. 영화를 보던 A(52)씨에게 ‘수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영화를 보고 나오는 A씨를 상영관 출구에서 붙잡았다. A씨는 대마 가루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 시작에 앞서 화장실에서 대마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마약 범죄 중 대마 흡연의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필로폰 등 주사 투약 위주의 다른 마약보다 비교적 복용이 쉽고, 합법화된 외국에서의 밀반입도 쉽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938건이던 대마 관련 범죄는 작년 2084건으로 122.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마약류 전체 검거 건수가 52.8% 증가한 것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다.

최근에는 정치인도 대마를 복용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예원 전 녹색당 공동대표가 대마를 피운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하던 중 김 전 대표 자택에서 대마를 발견했다. 김 전 대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당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대마는 특히 외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3년 전 처음으로 대마 흡연을 했다는 직장인 B(28)씨는 “지난 2020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나가 보니, 파티가 열릴 때마다 거의 항상 대마초가 놓여 있어서 자연스럽게 피우게 됐다”며 “대마초를 단순히 피우는 게 아니라 브라우니(초콜릿 케이크)에 넣어 먹는 등 다양한 ‘요리법’도 있다”고 했다. 지난 2015년 미국 교환학생을 다녀온 C(28)씨는 “학교 경비원에게 걸려도 ‘적당히 하라’는 정도로 넘어갔다”며 “한국에 귀국한 다음 처벌될 걱정도 잠시 들었지만, 미국에선 워낙 많은 학생이 함께해서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하던 대마를 국내로 밀반입하는 경우도 많다. 작년 7월 전남 순천경찰서는 액상 대마 등을 국내에 밀반입해 판매한 판매책들을 적발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대마를 들여왔고, 미국 유학 중 알게 된 지인에게 대마를 판매했다.

일상적으로 대마를 피우다 보니, 이로 인한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지난 4일 오전 8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 남성이 대마를 흡연하고 차를 몰았다. 제대로 직진하지 못하고 좌우로 움직이는 차를 보고 “음주 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경찰이 출동했는데 잡고 보니 대마를 피웠다. 이 남성은 경찰차를 들이받는 등 3㎞를 도주한 끝에 결국 붙잡혔지만 경찰 4명이 다쳤다고 한다.

처벌이 약하다는 점이 대마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마를 흡연하거나 섭취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초범일 경우 집행유예 수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대마 흡연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승환 법무법인 효민 대표변호사는 “대마는 실제 처벌 수위가 낮은 게 사실이었지만, 최근 마약 전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사법 당국이 대마에 대한 처벌을 높이려는 추세”라며 “대마 초범이더라도 흡연 횟수, 전과 유무 등을 고려해 형량을 무겁게 부과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마는 비교적 환각 효과와 중독성이 낮지만 그만큼 일반인이 접하기도 쉬워 ‘마약으로의 입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마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액상 대마 등의 중독성은 상당히 강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