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객차 자료사진. /뉴시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무궁화 열차 전동휠체어 좌석을 예매한 지체장애인 승객의 탑승을 거부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코레일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과했다.

코레일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5일 수원역에서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예매한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창간한 언론사 ‘소셜포커스’의 논설위원 조모(59)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칼럼으로 작성했다. 글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5일 수원역에서 서울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의 휠체어 전용 좌석을 예매했다. 현장에서 열차 출발 20분 전에 예매를 마쳤고, 고객지원실을 통해 휠체어 리프트 이용 신청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무원은 열차가 이미 입석 손님으로 가득 찼다며 조씨의 탑승을 거부했다.

리프트 이용이 필요한 휠체어 장애인이 열차를 발권할 경우 고객지원실은 열차 승무원에게 탑승고객 정보를 전달하고 열차가 정차하는 동안 탑승을 지원하게 되어 있다. 조씨는 별도의 좌석 없이 전동휠체어 공간만 있으면 탑승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코레일은 전동휠체어가 놓여야 할 공간까지 입석 손님을 태웠고, 정상적으로 예매한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한 것이다.

그의 칼럼 내용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했다. 온라인에서는 “시위도 아닌 정상적인 탑승인데 왜 차별하나” “이건 코레일이 잘못한 일이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코레일은 “당시 해당 무궁화호 열차는 3량으로 편성된 열차에 입석 승객 188명을 포함해 약 400명이 승차해 차내 혼잡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며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혼잡이 덜한 14분 후 도착하는 열차에 조씨를 승차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에게) 후속 열차 승차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구하지 못했다”며 “이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코레일은 “교통약자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직원 교육을 재시행하고, 도우미 서비스 신청 시 열차 이용 현황을 확인한 후 탑승 가능한 열차를 사전에 안내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또한 열차 내 혼잡도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등 이용객이 많은 무궁화호에 대해서는 입석발매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열차 내 혼잡도를 완화할 방침이다.

코레일 측의 입장에 관해 조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20일 조선닷컴에 “코레일 고위층 인사가 직접 방문 사과를 하겠다고 해서 마음을 진정하고 기다려보기로 했다”며 “보도자료 내용은 국민들을 교묘하게 호도하기 위해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했다”고 했다. 조씨는 “보도자료 내용만 보면 마치 승차 거부는 없었고 안전상 다음 열차로 안내한 것처럼 보인다”며 “승강장에서 여객 전무와 역무원은 ‘매표실에 가서 환불하세요’라고 말하며 제가 승차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다음 열차라도 타고 싶다고 요구한 후에도 역무원은 ‘그건 용산행인데요?’라며 시큰둥했다”며 “CCTV 화면에 승차를 못하게 하는 장면이 찍혔는데도 승차 거부가 없었던 것처럼 호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보도자료를 본 후 코레일로부터 배신당하고 2차 가해를 당한 느낌이라 더욱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