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6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 환승통로에서 “서울시의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는 중립적이지 않다”며 “탈시설 장애인을 조사한다면 시설에 있는 장애인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 들여주지 않으면, 출근길 지하철 지연 시위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전장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환승통로에서 전장연 박경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안준현 기자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환승통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밝혔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제작한 조사 문항이 장애인 시설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의도가 불분명하고 편향적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향후 시설 환경이 개선되면 다시 (시설을) 이용하실 의향이 있느냐’, ‘거주시설 퇴소 후 건강이 악화돼 수술 혹은 입원한 적이 있느냐’ 등 문항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가 (조사 항목에서) 우리의 주장은 다 빼버리고 ‘누구를 통해서 (시설에서) 나왔냐’ 등만 조사한다면 형평성, 공평성, 중립 원칙에 맞지 않다”며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에 대해 조사한다면, 시설에 있는 장애인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한 것이 유엔(UN)의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과 면담이 잡혀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고 다시 지하철 탈지 안 탈지는 그때 가서 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은 환승통로 한가운데를 약 50분간 막고 열려서,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오가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격리와 배제 거주시설 반대, 지역 사회 함께 살자’,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하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자’ 등의 내용이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6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 바닥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안준현 기자

또 전장연은 기자회견 시작 후 10분이 지나자 승강장 바닥에 종이 스티커 13장을 부착하기도 했다.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 측이 이를 저지하려 하자, 박 대표는 “이 스티커를 쓰레기 취급하지 말라”며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전장연은 기자회견이 종료된 다음에 바닥에 있던 스티커를 모두 떼어냈다. 서울교통공사는 앞서 전장연이 지난달 23일 시청역 내에 붙인 스티커 약 1000장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