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지방경찰청 로고. /뉴스1

서울경찰청이 올해 초부터 운영 중인 혼성기동대에서 남녀 경찰관들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익명 커뮤니티에 ‘여경들이 미화 담당 주무관들과 화장실을 함께 쓰기 싫어한다’는 취지로 올라온 글이 발단이었다. 해당 글은 사실이 아니었으나, 악플 세례를 받은 소속 여경 4명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끝에 전출을 가게 됐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61기동대 소속 여성 경찰관 6명 중 4명이 이날 인사 발령을 받고 다른 기동단으로 옮길 예정이다. 61기동대는 남성 기동대원 74명, 여성 기동대원 6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2월부터 혼성기동대로 시범 운영돼오고 있으나, 세 달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문제가 된 건 최근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었다. 61기동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우리 여경 사우들은 건물 미화 도와주시는 주무관들과 화장실, 샤워실을 같이 쓴다. 이 대단한 여경 사우들이 주무관들이랑 공용공간 같이 못쓰겠다고 했단다”며 “얼마 전엔 주무관들이 화장실을 못 사용하도록 비밀번호를 바꾸고 알려주지도 않았단다”고 적었다.

이달 초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여경이 미화 담당 주무관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블라인드

해당 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여경이 미화원들에게 갑질했다” 등 여경들을 향한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이후 일부 여경들은 지난 4일 상부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도 “여경이 병가 내고 쉬는 동안 남경들은 과로에 시달린다” “특혜 아니냐”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논란을 촉발 시킨 비밀번호 관련 글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달 여경 생활관 내부 공사를 진행하면서 비밀번호를 변경했는데 착오로 주무관들에게 바뀐 비밀번호를 뒤늦게 전달한 것일 뿐, 고의로 바꾼 건 아니라는 게 경찰 입장이다. 화장실 사용과 관련해 여경들과 주무관들 사이에 갈등이 있던 것도 아니라고 한다. 결국 ‘해프닝’에 불과했던 일이 누군가의 정확하지 않은 글로 비난을 불러온 것이다. 서울청 한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애초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감찰할 일도 아니었다”며 “감정 위주로 익명의 글을 쓰다 보니까 오해가 자꾸 확대 재생산된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여성 대원 4명을 여경기동대로 발령냈다. 서울청 내 여경기동대는 75기동대와 15기동대 두 곳이다. 여경기동대는 다른 기동대처럼 집회·시위 관리, 시설점검근무, 경호 등을 맡는다. 특히 여성 시위자가 있는 집회·시위를 중점적으로 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기 때문에 본부도 여경들이 일단 부대를 옮기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혼성기동대에 결원이 없었고, 본인 희망도 있어서 여경기동대로 전출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