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입학하자마자 휴학한 학생이 225명으로 전체의 6%에 이르는 것으로 22일 나타났다. 이 중 대다수는 의대·치대 등을 가기 위해 반수(半修)를 하고자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에 입학한 최상위권 학생들마저 의대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 단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대가 이날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신입생 3606명 중 225명이 1학기에 휴학했다. 신입생의 6.2%가 강의도 듣지 않고 휴학한 셈이다. 2019년에 70명이던 ‘신입 휴학생’은 2020년 96명, 2021년 129명이다가 2022년 195명, 2023년 225명까지 늘어 4년 만에 3배가 됐다.
서울대 안팎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를 ‘보험’ 용도로 등록하고 곧바로 휴학한 뒤, 의·치대 입학을 위해 재수 학원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에 들어가자마자 휴학한다는 것은 그보다 높은 성적이 필요한 의·치·한에 입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공대, 자연대 등 이공계 학과에서 1학년 1학기 휴학이 심하다고 한다. 공대는 올해 신입생 800여 명 중 7.5% 수준인 60여 명이 1학기에 휴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공 계열 교수는 “오리엔테이션 등 과 행사에도 전혀 참석하지 않고 휴학한다는 학생들이 있다”며 “전화로 이유를 물으면, 강의도 듣지 않고서 ‘전공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했다.
문제는 서울대 휴학생 중 상당수가 입학 성적이 좋다는 점이다. 한 공대 교수는 “다른 학생보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 반수를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이 서울대도 마다하고 의대로 뛰어드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런 휴학 풍토가 다른 수험생들의 기회를 뺏고 학습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정원을 차지할 뿐 아니라 학교를 다니는 다른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박탈감을 준다는 것이다.
상당수 대학은 학생들의 반수를 줄이기 위해 1학년 1학기 휴학을 학칙 등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는 특별한 금지 조항이 없다. 한 교수는 “과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마련하고 1~2학기 뒤 입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그런 좋은 취지를 악용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대 신입생 중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신입생 중 자퇴한 서울대생은 2019년 97명에서 2020년 147명, 2021년 197명, 2022년 238명으로 4년간 약 2.5배로 늘었다. 작년 신입생 3484명 중 약 7%가 자퇴했다.
서울대에서도 1학년 1학기 휴학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수들 사이에서도 휴학 제한에 대해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 “서울대가 의대보다 못하다는 걸 인정하는 셈 아니냐” 등 부정적 의견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