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종암동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열린 ‘글로벌 청년들이 보는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 국내외 대학생과 탈북자들이 북한 인권의 현실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남강호 기자

“북한 인권은 어떤 이에게는 사업 아이템, 어떤 이에게는 후원을 위한 하나의 매개체 정도였습니다. 탈북자로서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대회의실. ‘글로벌 청년들이 보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14년 전 탈북한 30대 탈북자 A씨가 이같이 말하자 참석한 외국·한국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나라와 북한 관련자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프랑스 학생 주리 레노(21)씨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제 시민사회가 북한 인권 향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고 하자 여러 학생이 호응했다. 레노씨는 프랑스 시앙스포 릴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다. 레노씨는 “국가 단위로는 어려운 ‘탈북자의 안전한 탈북’도 국제 시민 사회는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정보를 USB 등에 넣어 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프랑스·스위스·카자흐스탄 등에서 국제관계학·아시아학을 공부한 외국 청년들과 국내 대학생, 탈북자 40여 명이 모였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과 사단법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드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들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단순 국가 차원의 대응을 넘어, 국제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레노씨는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북한 인권 향상을 지지하지만, 공식적 외교 절차로 개입하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그러나 국제적인 시민사회 조직은 국가의 외교적 의무에 제한받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국제 시민 사회를 통해 북한 시민들의 변화를 이끌어, 지도층의 변화를 이끈다는 청사진이다. 그는 “프랑스인들은 북한이 매우 가혹한 독재국가라는 것 정도를 알고 있을 뿐, 북한과의 관계가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고 멀기에 북한 인권 상황을 알지 못한다”며 “국제 시민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북한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 대학원에서 아시아학과 국제개발학을 전공 중인 나래아마 페레(25)씨는 “스위스 국민들 사이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는 핵개발 등 다른 문제들에 가려져 있어 먼 이야기로 느껴지고 중립국이라는 스위스의 위치 때문에도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페레씨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인권 유린을 견뎌내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엔 등 기존 메커니즘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어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국가와 국제기구, 시민사회 주체 간의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제 시민사회의 북한 인권 상황 개선 노력은 인정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 국제대학에 재학 중인 카자흐스탄 샤쿠바에프 디아스(28)씨는 “NGO(비정부기구)가 북한 인권 상황을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 NGO의 활동이 한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통일과 국제평화센터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청년들이 어떤 인식과 관점을 나누는 시간이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