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서울지부가 서울 시내 거의 모든 학교 교사들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기 위한 서명에 참여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 교육청에 교사 민원이 접수되는 등 반발이 나오고 있다. ‘조합원도 아닌데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이메일 주소를 어떻게 알았냐’는 항의도 나왔다. 전교조는 교사라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를 통해 열람했다고 밝혔는데, 공적(公的) 시스템 사용의 적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 시내 한 학교 교사가 조선닷컴에 공개한 13일 오후 4시23분 수신 전교조 서울지부발 전체 메일엔 “안녕하세요. 전교조 서울지부입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기 위한 서명에 참여 부탁 드립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지난(달) 25일 일본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 위한 해저터널 공사를 완료했다. 오염수 보관 탱크가 내년 여름~가을 경에 가득 찰 것으로 예측되지만 일본은 계획대로 올 봄~여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메일에 “오염수 해양투기는 해양생태계와 우리 국민,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명백한 국제해양법 위반이다. 또한 향후 핵폐기물 처리 기준을 약화시키는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요구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결사 반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해양투기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보관하라”고도 했다.
서울시내 전체 교사에게 발송된 메일이란 점도 본문 말미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원 숫자는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 등 총 7만4000여명이다. 대부분 나이스를 사용한다.
이에 대해 한 교사는 “전교조가 내 전자우편 주소를 어떻게 가지고 있나 궁금하다. 나는 준 적도 없고 메일을 요청한 적도 없다. 그냥 자기들 마음대로 보내는 것”이라며 “전교조가 나서서 이런 식으로 메일을 보내고, 정치적인 문제에 끼도록 선동하는 것은 교사 본분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개인정보보호법 전문 변호사는 “교사들의 전자우편 주소는 교육부가 교사들 동의를 받고 목적에 맞게 ‘나이스’에서 수집·보관·활용하는 거지, 전교조가 수집하고 보관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본인 동의 없이 수집·보관하고 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측은 “교사들이 사용하는 교원 시스템 ‘나이스’에서 교사 이름을 검색하면 메일 주소가 나온다. 나이스에서 가져온 정보를 사용한 것”이라며 “교사노조와 다른 노조도 같이 쓰는데 불편하신 분들은 받기 싫다는 답장을 보내면 전체메일을 안 받을 수 있다. 이 내용도 메일에 고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스 시스템은 ‘업무 외 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업무용 시스템을 사적 이용이나 홍보 등에 이용하지 말라는 안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 직원들이 시스템에서 메일 쓰는 걸 막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 전체 메일에 서명이 가능한 인터넷 주소도 적었는데, 이 주소를 클릭하면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이 만든 서명 페이지로 이동됐다.
공동행동은 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등과 연대해 함께 국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단체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차 전국행동의 날’을 개최했고, 이 자리에는 위성곤 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류저지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당시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엔 후쿠시마 처리수가 “과학적으로 문제 없다”는 결론이 담겼다. 특히 일본이 방출할 오염수가 국민의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유의미하지 않다’라고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7회에 걸쳐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의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의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교사가 공무 외의 일을 위해 집단행위를 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판례도 있다.
2012년 대법원은 전교조가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 등 집회에 참가한 것에 대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판단한 1·2심 벌금형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