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공교육 교과과정 내 출제’ 방침을 밝히자, 학원가 ‘일타 강사’들이 잇달아 소셜미디어에 비판 글을 올렸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공교육 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의 영향으로 연간 수십~수백억원을 벌어들여 온 수혜자들이 제도 개혁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 현우진씨는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에 교육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애들만 불쌍하지…”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고 적었다. 현씨가 링크를 건 기사는 윤 대통령이 6월 모의 평가에 대해 ‘공정한 수능’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질책했다는 내용이었다.
역사 강사인 이다지씨는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라…”라고 했다. 국어 강사 이원준씨는 “(교육 면에서) 한국은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며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대노(크게 화났다는 뜻)’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회문화 강사 윤성훈씨는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대통령의 즉흥 발언으로 모두가 멘붕 상태다.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하고 최종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학원 강사들의 ‘교육 정책 비판’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싸늘했다. 강사들의 소셜미디어 댓글 창엔 “밥줄 끊길까 봐 그러냐” “수능을 배운 거에서만 내라는 게 왜 잘못된 거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킬러 문항’을 직접 겨냥한 글도 있었다. “솔직히 살면서 알 필요 전혀 없는 고난도 문제 한두 개라도 맞히려고 부모님 노후 대책까지 포기하면서 학원 다녀야 하는 현실에 처한 아이들이 제일 불쌍한데요?”라고 했다.
일부 일타 강사가 그동안 수입차나 고급 주택 등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해온 점도 부정적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줬다. ‘학생들에게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차 사고 호화 주택에 살면서 그걸 자랑하는 게 교육자의 태도라 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반응이 여럿 나왔다.
일부 학원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학원 등록을 부추기는 ‘불안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늦는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것이다. ‘성적이 안 되는데도 받아준다’며 고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원 광고 온라인 모니터링’ 실태에 따르면, 거짓‧과장 광고를 포함해 매년 서울시 내 학원 100여 곳이 부적절한 광고로 적발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을 가장 많이 합격시킨 학원’ ‘최초의 어린이 언어 전문 교육기관’ 등 문구를 내걸었다.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다른 지역에서 얼마 전 이사 왔다고 하니 학원에선 ‘이제 오시면 어떡하느냐, 다른 학생들은 어디까지 배웠는데…’라며 불안감과 경쟁심을 자극하더라”고 했다.
이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입시 대형 학원 등의 거짓‧과장 광고로 인해 학부모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거짓‧과장 광고 등 일부 학원의 편‧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