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조5000억원을 들여 만든 재난안전통신망(PS-LTE)이 최근 1시간 넘게 ‘먹통’ 돼 일선 경찰들이 혼란을 겪은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재난망은 경찰과 소방, 구청 등 재난 관련 기관들이 실시간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첨단 통신망이다. 음성은 물론 사진,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형 통신망이 멈추면서 경찰은 구형 무전기와 개인 휴대전화로 시위 상황에 대응했다고 한다.

재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건 지난 15일 낮 12시 15분쯤이다. 당시 경찰은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에 대응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집회에는 1300명가량의 노조원이 참가했다. 하지만 재난망이 1시간 20분가량 먹통 되면서 경찰 대응에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 인원에게 실시간으로 명령이 하달돼야 했는데 소통이 안 돼 당황스럽고 불편했다”며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형 무전기를 비상용으로 준비해 둬 그나마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형 무전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망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이날 낮 12시 22분쯤 경찰에 “통신망이 복구될 때까지 업무용 휴대전화 등으로 대응해 달라”고 안내했다. 재난망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은 아직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버 과부하 때문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며 “지난 2021년 재난망이 도입된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일부 경찰은 차세대 통신망인 재난망이 이전부터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경찰 관계자는 “통신 상태가 불안정할 때가 많아 현장에 있는 경찰들 사이에서 늘 문제가 됐었다”며 “무전이 끊겨 소리가 안 들리고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잦아 형편없다”고 했다.

재난망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1년 구축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해군이 서로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면서 구조 작업이 지연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총사업비는 1조5000억원으로 운영비로만 7000억원, 단말기 구입비에 4000억원, 망 구축에 36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비판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세부 과제 후속 조치로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내실화’를 포함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나마 대체품이던 구형 무전기도 올해까지만 사용할 수 있어 내년부터 재난망 하나만으로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재난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재난안전통신망(PS-LTE)

경찰, 소방, 해경 등 재난 관련 기관들이 재난 대응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국 단일의 무선 통신망. 광대역 무선통신 기술(LTE) 기반으로, 대형 재난 발생 시 재난 관련 기관들이 신속한 의사소통을 해 효과적으로 현장 대응을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