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물류센터. 우편물이 실려 나오는 1층 컨베이어 벨트를 마약탐지견인 래브라도리트리버 ‘딜론’이 오갔다. 2층 세관검사장에서는 우편물에 담긴 분유 가루를 세관 직원 4명이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이들은 ‘마약과의 전쟁’ 최일선에 있는 ‘국제우편 마약단속 전담반’이다. 마약단속 전담반은 자신들의 일을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했다. 마약을 숨기는 방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이를 찾아내려는 단속반의 수 싸움이 매일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물류센터는 겉보기엔 평범한 작업장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 해외에서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의 60%가 적발된다고 한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지난 4월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 밀수는 총 205건, 213㎏이었다. 하루 평균 1.8㎏ 정도인데, 필로폰 기준으로 6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매일 6만명 분량의 마약이 적발되는 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종 마약류이자 클럽용 마약이라고도 불리는 MDMA(엑스터시), 케타민 등의 반입이 지난해에 비해 3배 넘게 늘었다”며 “유아용 분유에 MDMA를 섞어 들여오다가 1396정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마약 단속 전담반 소속 직원들은 이날 물류센터에서 엑스레이 화면으로 통과하는 우편물을 본 뒤, 그중 ‘커피 원두’라고 신고된 우편을 개봉해 원두를 만져보고 냄새를 맡았다. 국제우편 업무를 5년간 담당한 조종훈 행정관은 “엑스레이 화면을 보면서 마약과 다른 물품의 미세한 음영 차이를 살펴보고,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감촉을 느끼고, 냄새도 맡아보고, 그야말로 오감을 동원해야 한다”며 “의심 물품을 10분 정도는 찬찬히 뜯어봐야 마약을 적발할 수 있다”고 했다.
중점 우범국의 우편물이 들어올 땐 직원 모두 긴장 상태가 된다고 한다. 마약은 태국, 미국, 베트남, 중국 순으로 국내에 많이 반입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작년과 비교해 태국(99%), 베트남(181%), 말레이시아(260%) 같은 동남아시아발 적발 중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마약류는 냄새가 독특해 탐지견에게 쉽게 발각되곤 하는데 이를 피하고자 냄새가 강한 품목에 숨기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4월엔 말레이시아발 국제우편 사탕 봉지 속에서 필로폰 495g이 발견됐고, 베트남발 특송화물에선 비누 안에 케타민 60g이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태국발 국제우편에 담긴 바나나 케이크 파우더에서 야바(YABA·필로폰과 카페인 혼합 제품) 2130g을 찾아낸 적도 있었다. 향이 강한 동남아산 생선젓갈에 마약을 숨겨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품목이 적발되면 국내 유통 차단과 함께 유통망에 대한 수사로 이어진다. 우편물에 적힌 수신자와 발신자의 주소를 바탕으로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판매책과 국내 수신자를 역추적하는 방식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경 단계에서 마약을 찾아내지 못하면 국내에 들어와 유통되는 물량을 역추적하는 데는 품이 배로 들고, 마약 유통망을 수사할 수 있는 단서까지도 놓쳐버리는 셈”이라며 “국경이 뚫리지 않도록, 늘 최전방이 뚫리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세계 각지에서 인천공항본부세관으로 들어오는 우편물은 하루 평균 1만 2500건이라고 한다. 세관 창고에는 각종 국제우편물이 자루에 담긴 채 가득 쌓여 있었다. 성인 남성 키 두배가 넘는 높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