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해운대구 호텔 화재 현장에서 투숙객 김재필씨가 촬영한 사진. 화재 진압을 마친 한 소방관이 땀에 젖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부산 해운대구 호텔 화재 현장에서 포착된 한 장의 사진이 뭉클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무릎 꿇은 자세로 땀에 흠뻑 젖은 채 호흡을 고르고 있는 소방관의 모습이다. 떨군 고개와 벽을 짚은 양손에서 그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장면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건 화재가 난 호텔에 머물렀던 투숙객 김재필(57)씨다.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그는 아내와 2박3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가, 호텔 체크아웃을 준비하던 중 복도에 자욱한 연기를 마주했다고 한다.

당시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의 뒷 모습. /연합뉴스

지상 30층까지 있는 호텔에서 김씨는 비교적 낮은 위치인 7층 객실에 머물렀지만 1층까지 대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6층을 거쳐 4층까지 이동한 뒤 4층에서 승강기를 한 차례 갈아타야 하는 복잡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기를 한번 마시니 숨이 턱 막혔다.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 순간 김씨에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긴 건 바로 건물 안으로 진입한 소방관이었다. 그 소방관은 빠르게 다가와 산소마스크를 건넸고 김씨 부부가 무사히 밖으로 탈출할 때까지 침착하게 안내했다.

화재 진압을 마친 후 소방관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렇게 다급한 상황을 넘기고 맑은 공기를 마시던 김씨는, 우연히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후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고 해당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방관들의 침착하고 헌신적인 대피 안내 덕분에 다행히 부상자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촬영한 사진 외에도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보도된 사진에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의 고단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것은 물론, 검게 그을린 작업복도 눈에 띈다. 이들은 화재 진압을 마친 뒤 바닥에 주저 앉아 작은 빵 한조각과 물로 헛헛함을 채우기도 했다.

앞서 화재는 20일 오전 9시33분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 광장 앞 해변로 건너편에 있는 한 호텔 지하에서 발생했다. 당시 투입된 소방관들의 신속한 구조로 투숙객 170여명은 무사히 대피했다. 이 중 30여명이 가볍게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긴 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