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심 개발은 발 빠른 규제 혁파와 제도 정비가 있어 가능했다. 일본은 21년 전인 2002년 이미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도쿄 곳곳을 특구로 정하고 ‘인프라 일체형’ 개발을 추진했다. 인프라 일체형 개발은 전철역을 중심으로 선로를 지하화하고 주변 지역을 통으로 복합 개발하는 방식이다. 민자 역사보다 더 큰 개념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고도, 용적률 등 규제가 대부분 완화된다.
도쿄 도심인 마루노우치와 시부야 일대 개발을 주도한 니켄세케이(日建設計)의 오쿠모리 기요요시 도시·사회기반부문 총괄은 “특구 안에서는 사업자가 다양한 기부채납 아이디어를 내 채택되는 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며 “사실상 용적률 상한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쿄에선 건물 지하에 전철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을 넣거나 숲을 조성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규제 혁파의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중요문화재인 도쿄역 근처 문화재 규제 완화다. 도쿄역 주변에는 과거부터 100척(약 31m)이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었는데 이 규제를 과감히 풀고 30~40층 복합 빌딩을 잇따라 세우고 있다. 2000년대 본격화된 개발이 이제는 도쿄역 앞 마루노우치를 넘어 뒤편 야에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본도 문화재 주변 규제 완화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오쿠모리 총괄은 “도쿄역 복원 사업을 위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1998년쯤부터 도쿄도와 민간 사업자, 전문가 등이 오랜 기간 논의했다”며 “그 과정에서 미국 뉴욕처럼 용적률 이전 제도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했다.
용적률 이전 제도는 고도, 문화재 등 규제로 원래 높이만큼 지을 수 없는 건물이 주변 건물에 자기 용적률을 판매하는 제도다. 미국 뉴욕은 브로드웨이의 오래된 극장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용적률 이전 제도를 활용했다. 도쿄는 도쿄역의 용적률을 주변 건물에 파는 방식으로 도쿄역 복원 비용을 마련하고, 역 주변을 고층 복합 단지로 개발했다.
또 일본은 한국처럼 문화재 주변이라고 일률적으로 높이 규제를 하지 않는다. 오쿠모리 총괄은 “황거(皇居) 주변도 위치에 따라 높이 기준이 다르다”며 “규제 방식도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유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은 도심 문화재 규제로 도쿄역 같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