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이른바 ‘킬러 문항’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배제하기로 한 가운데, 저소득층이 학원비로 쓴 돈이 최근 4년 새 15%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학원비로 학생 한 명이 지출한 금액은 모든 소득 계층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자사 고객의 학원비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5월 고객들의 1인당 학원비 지출액이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25.8% 늘었다. 특히 소득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고객층도 같은 기간 학원비 결제액이 15.8% 증가했다. 하위 20~40% 고객은 19.3% 늘었다. 연구소가 자체 보유한 고객 소득 모형 추정치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다.

학원비 지출이 증가한 폭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컸다. 소득 상위 20% 고객층은 29.0%, 상위 20~40% 고객층은 20.3%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학원비 결제액에서 소득 상위 30% 고객층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1.5%에서 57.6%로 6.1%포인트 늘었다. 반면 하위 30%의 점유율은 13.7%에서 9.8%로 3.9%포인트 줄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학원비 지출액 규모가 소득 수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영유아 대상 영어 학원이나 재수 전문 입시 학원 등 고액 교습 시설이 늘어나면서 소득 상위 계층의 학원비 지출액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대상 영어 학원의 한 달 평균 원비가 175만원에 달했다. 강남의 유명 재수 전문 입시 학원들은 월 200만원 안팎의 교습비 외에도 각종 문제집이나 콘텐츠비 등 명목으로 비용을 추가 청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학원 매출을 고객 연령대에 따라 분석한 결과, 40대의 비율이 62.0%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19,1%)와 30대(14.9%) 순이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 자녀를 둔 40대의 지출이 가장 컸다는 얘기다. 40대와 50대가 사용한 전체 카드 대금 중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9.3%, 21.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