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방향에서 본 압구정 재건축 조감도 - 서울시가 10일 공개한 강남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조감도.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잇는 한강 보행교(사진 가운데 작은 다리)를 놓고 올림픽대로 위에 덮개를 씌워 공원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서울시가 10일 발표한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기획안은 압구정동 2~5구역 77만3000㎡(약 23만4000평)를 묶어 50층 안팎의 1만1800가구 ‘미니 신도시’로 통합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압구정동과 성동구 성수동을 1㎞ 길이의 한강 보행교로 연결하는 계획도 기획안에 포함됐다. 보행교 건설비 2500억원은 재건축조합이 부담하는데 다리를 기부채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도시 전문가들은 “50년 만의 압구정 개발은 개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을 넘어 서울 최대의 강남 압구정 상권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날 강북 성수동을 잇는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이라며 “서울 곳곳에 이러한 방식의 복합 개발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강남·강북 도보 30분 생활권으로 연결

압구정 재건축으로 그동안 차나 지하철로만 오가는 한강에 강남과 강북을 잇는 최초의 ‘보행 전용교’가 생기게 된다. 광진교나 잠수교도 보행로가 있지만, 차량 통행과 병행하는 구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과 강북이라는 공간은 수십 년간 사실상 단절돼 있었는데 보행교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고 했다.

압구정 보행교는 성수동 서울숲과 바로 연결되는 구조다. 서울숲 인근의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에는 글로벌 업무 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강남 최고의 상권과 강북의 떠오르는 업무지구가 자전거로 10분, 도보로 30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성수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허브인 ‘서울유니콘창업허브’를 만들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10만㎡(약 3만평) 부지에 스타트업 1000곳이 입주 가능한 규모라고 한다. 삼표레미콘 부지에는 초고층 복합 빌딩을 세워 글로벌 IT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그래픽=김현국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과 성수동 개발의 연계가 이 지역민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이는 세계적 IT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압구정에서 걸어서 성수동의 IT 기업으로 출근하고 성수동의 직장인이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저녁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자전거뿐 아니라 전동 킥보드 등 PM(개인용 이동 장치)도 보행교를 오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녹지 확보한 50층 고밀도 개발

압구정동 일대가 한강의 랜드마크가 되면, 외국 관광객도 끌어들일 것이라고 서울시는 전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 보행교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브리지나 캐나다 캘거리의 피스브리지 같은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브리지는 1층에 차로, 2층에 보행로가 있다. 이 보행로는 뉴욕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통한다. 마라톤 코스도 이곳을 통과한다. 서울시는 보행교 한가운데 전망 카페를 만들 예정이다. 보행교는 서쪽으로는 여의도의 일몰을, 동쪽으로는 잠실의 일출을 볼 수 있는 입지다.

압구정 현대처럼 1970년대에 올라간 강남의 아파트들은 성냥갑과 같은 획일적 모양으로 지어졌다. 서울시는 이번 기획안에 10년, 20년 뒤 기술의 변화를 담도록 주문했다. 입주자의 요구를 반영해 아파트 내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설계 옵션’을 도입하고, 가사 로봇과 드론 택배, 자율주차 등 미래 기술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또 구역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 이익을 기부채납하도록 했다. 3구역은 2500억원짜리 한강 보행교뿐만 아니라 올림픽대로에 덮개를 씌워 공원을 만드는 데 15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4·5구역은 한강 쪽으로 공사비 615억원의 조망 덱공원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뚝섬 쪽 전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광장, 공원 일변도의 일률적인 기부채납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담은 것”이라고 했다.

녹지를 충분히 확보한 50층 안팎의 고밀도 개발로 압구정이 도쿄 롯폰기힐스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서울시는 또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을 살릴 경우에 추가로 높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어떤 혁신을 담느냐에 따라 최고 70층까지도 짓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체 단지의 용적률은 유지할 방침이다. 이처럼 단지별로 다양한 디자인과 높낮이를 적용하면 한강변에 ‘파노라마 경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한편, 서울시는 전체 가구의 10%에 해당하는 1200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