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의 수해 현장에서 17일 소방대원들이 사흘째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어른 키만큼 쌓인 흙더미에 다리가 빠지고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헤치며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내려고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군과 경찰도 함께 뛰었다. 산사태와 침수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자원 봉사자로 나서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도왔다.
지난 15일 폭우로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강의 임시 둑이 무너지면서 물이 들어차, 차량 17대가 물에 잠기고 14명이 목숨을 잃은 궁평2지하차도. 이날 소방대원들은 펄밭이 된 지하 차도를 뛰어다니며 내부에 남아 있는 물을 호스로 빼내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위해 작업복을 벗은 한 소방대원은 힘이 빠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소방대원들은 지하 차도 폭에 맞춰 10명씩 횡대로 늘어서 실종자 수색을 벌였다. 배수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물이 허리까지 차 있는 상태였다. 전날(16일) 오전 배수 작업으로 747번 버스의 차체 윗부분이 드러나자, 소방대원 2명이 짝을 지어 산소통을 메고 몸에 줄을 묶은 채 버스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현장에서 소방 대원들을 지켜본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하루 종일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온몸이 물에 퉁퉁 불어가며 수색 작업을 벌이는 걸 보니 고맙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산사태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일대에서도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벌였다. 토사가 허벅지 높이까지 쌓인 현장에서 대원들은 1m 간격으로 나란히 서서 탐침봉으로 흙더미를 찔러 가며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한 소방대원은 “흙더미가 사람 키만큼 쌓인 곳도 있는데, 여기 한번 빠지면 발을 빼내기도 어렵고, 옷과 장화 속으로 진흙이 왕창 들어간다”며 “장화 속에 물기가 있는 채로 걸었더니 한쪽 뒤꿈치에만 물집 서너 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실종자를 가족 품에 안겨 드리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소방대원들은 2조 1교대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휴식도 없이 움직였다. 서강현 소방정은 “토사와 나무 등으로 출입로가 막혀서 중장비가 들어올 수 없으니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을 지키며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을 보면 더 빨리 수색하지 못해 속이 탄다”고 말했다. 김찬우 소방사도 “수십 년을 이곳에서 산 주민들도 현장을 보고 집 위치를 헷갈릴 정도로 초토화됐다”며 “얼른 상황이 종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복구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수해 복구를 위해 각 지역에서는 자원 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청주시 강내면에선 이날 오전 7시부터 자원 봉사자와 군인 100여 명이 침수 피해가 컸던 마트와 주택가 인근에서 복구 작업을 벌였다. 마트 안 냉장고, 음료수, 종이컵, 라면 등이 모두 젖어 일일이 꺼내 물로 씻고 말리고 있었다. 시민 안병인(66)씨는 “허겁지겁 현장에 달려갔을 땐 피해 정도가 너무 심각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며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씻어내고 차에 물건을 싣고 나르느라 진땀을 뺐다”고 했다. 그는 “8시간 넘게 작업 중이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북 예천군 용문면 한 도로에서도 이날 오전 10시쯤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쌓인 흙을 삽으로 퍼내고 물살에 쓸려온 돌덩이를 치우고 있었다. 농산물 판매업을 하는 이희연(48)씨는 “폭우로 전기와 수도가 끊긴 주민들을 생각하니 어제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며 “아침부터 와서 도로 복구 작업을 도왔고, 흙이 쓸려 내려와 집이 엉망이 된 분들을 도와 흙을 퍼내고 가구를 닦았다”고 했다. 이씨는 또 “하루 장사를 접었지만 이웃을 돕기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하고 왔다”고 했다. 예천군 자원봉사센터는 지난 16일 밤부터 봉사자 68명을 모집했는데 이날 오후 2시 기준 97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봉사센터를 통하지 않고 현장으로 바로 간 시민들까지 포함하면 150명 가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충주시 살미면에서도 자원 봉사자와 군인 60여 명이 복구 작업을 벌였다. 전날(16일)부터 이틀째 봉사 활동 중인 박재수(69)씨는 동료 6명과 함께 수해 현장에 왔다고 한다. 그는 손으로 흙을 퍼내면서 피해 주택 안에 있는 가구들을 밖으로 옮겼다. 그는 “인근 마을회관과 주택, 논밭이 펄이 될 정도로 물이 차 있었는데, 어제부터 작업해서 다행히 지금은 빠진 상태”라며 “자원봉사센터에서 점심을 준비해줬지만 처참한 상황을 보니 먹을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