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버스 탑승 지연 시위’를 겪은 버스 기사들이 “자칫 잘못하면 사고라도 날 것 같다”며 두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전장연은 지난 12일부터 서울 종로와 여의도 등에서 버스 탑승 지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버스 전용 도로 앞을 가로막거나, 버스 출입문 계단에 드러누워 버스 운행을 5~15분간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143번 시내버스 운전기사 오규환(61)씨는 지난 14일 종로구 혜화동에서 전장연 회원들의 시위로 버스 운행을 7분가량 멈춰야 했다. 오씨는 “햇수로 23년째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특정 단체가 버스 운행로 앞을 대놓고 가로막는 시위는 처음 봤다”며 “지난해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 방해를 기사로만 봤는데 내 일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오씨는 무엇보다 교통사고 가능성을 우려했다. 오씨는 “당시 제 버스 뒤로 줄줄이 들어오던 버스 6~7대가 정체됐다”며 “결국 한 대씩 후진을 해서 옆의 일반 차로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했다”고 했다. 오씨는 “버스 앞에서 시위하는 전장연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불안했고 버스 안 시민들도 무슨 일이냐며 불만을 터뜨려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오씨는 “요즘 회사 동료들끼리 운행 전은 물론 운행 중에도 전장연 버스 시위 정보를 공유한다”고 했다.
160번 버스기사 김진흥(62)씨도 지난 12일 종로 1가 버스정류장에서 전장연 시위를 겪었다. 김씨는 “종로 1가를 지나가려는데 휠체어 두 대가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며 “뒤에서 줄줄이 들어오던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중간에 내려 욕하며 소리를 쳤고 결국 버스들이 일반 차로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저상버스를 운행하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휠체어 손님을 태울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그래도 시에서는 저상버스를 늘리며 배려하려 하는데 왜 이런 시위로 시민들의 출퇴근을 방해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 등은 18일에도 시간과 장소를 사전 공지하지 않고 네 차례에 걸쳐 종로1가와 종로4가, 혜화동 로터리, 광화문역 인근에서 버스 탑승 지연 시위를 했다. 휠체어를 탄 박 대표는 승강장에서 버스 차로 쪽으로 바짝 붙어 ‘서울시 적군이 아니다. 갈라치기 혐오 정치 스탑’이라고 적힌 피켓을 버스 앞에 들이밀며 운행을 방해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자 뒷문이 닫히지 못하게 피켓을 끼우려 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시위에서도 비좁은 정류장에서 집회가 진행되면서 버스에 탑승하려던 일반 시민들이 차도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장연 측은 서울시가 자신들과 대화를 재개하지 않으면 매일 서울 곳곳에서 버스 탑승 지연 시위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시는 버스 시위를 진행한 전장연을 상대로 종로서, 혜화서, 동작서 등에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도 연이은 버스 탑승 지연 시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