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는 경제적 사정 등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민간 시설을 말한다. 국내에는 2009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 교회 베이비박스에 작년 6월까지 맡겨진 아기는 총 1990명으로 한 해 150~180명 수준이다. 2014년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에도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현재 2곳이 운영 중이다.
베이비박스는 영아가 위험한 곳에 버려져 목숨을 잃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현행 형법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넣더라도 유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부모가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기를 버리면 징역 2년 또는 벌금 300만원까지 형벌이 부과될 수 있다. 또 아이를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이를 버리면 최고 징역 3년 또는 벌금 500만원의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아동복지법에도 자신의 보호를 받는 아동을 유기하면 징역 5년 또는 벌금 5000만원까지 형벌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베이비박스 유기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 부부인 A씨와 B씨는 생후 2개월 된 딸을 베이비박스에 두고 달아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다른 재판에서도 대부분 비슷한 형량이 선고됐다.
무죄도 한 건 나왔다. C씨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떠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베이비박스 운영) 교회에 사람이 상주했고, C씨도 담당자와 상담을 거쳐서 아이들을 맡겼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최근 ‘보호출산제’ 도입이 논의되면서 베이비박스 유기에 대한 처벌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나 미성년 임신부 등이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아기를 보호하고 보육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 법조인은 “보호출산제를 입법하면서 기존에 베이비박스 유기로 적발돼 있는 부모들에 대해 처벌을 소급 면제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면서 “다만 보호출산제가 도입된 뒤에도 보호출산제를 택하지 않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행위는 계속 처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