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의정부우체국에서 화학사고 보호의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의정부우체국에서 유해 물질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은 직원을 모두 대피시키고 조사를 벌였다. 2023.7.21/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21일 독극물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대만발 국제 우편이 무작위로 유포돼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문제의 우편물을 받으면 개봉하지 말고 신고할 것을 당부했고, 서울시 역시 우편물을 열어보지 말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독극물 의심 소포가 발견됐다. 서울, 대전, 경기 등에서 수상한 소포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명동의 중앙우체국에서는 이날 의심 우편물이 접수돼 건물이 전면 통제되고 17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소포 내용물은 냄새가 없는 흰색 반죽 형태 물질이었다. 이 우편물에 담긴 물질은 폭발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이 물질이 마약일 가능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건물이 테러 의심 우편물 접수로 한때 전면 통제됐다. 2023.7.21/뉴스1

경찰에 따르면, 문제가 된 국제 소포는 대만에서 발신됐다. 내용물은 ‘CHUNGHWA POST’라는 글씨가 적힌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봉투에 담긴 상태였다. 발신인란은 비어 있으며 대만의 타이베이(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에서 발신된 것으로 되어 있다.

경찰청은 이날 “20일 울산에서 해외 배송된 노란색 우편물을 개봉한 사람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사건 이후 전국에서 해외 우편물 배송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우편물을 수취하신 분은 우편물을 개봉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 112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된 가운데 우정 당국이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 반입을 일시 중단키로 하고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1일 최근 해외에서 발송된 일부 우편물에서 유해 물질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의심 우편물을 발견하면 개봉하지 말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유해 의심 국제우편물들. 2023.7.21 /우정사업본부

이 우편물은 지난 20일 오후 울산의 한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처음 발견됐다. 국제 우편물을 연 원장과 직원 등 3명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격리 병상에 입원했고 현재 증세가 호전돼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다.

제주에서도 20일 A씨가 “수상한 소포를 받았다”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집 우편함에서 이 소포를 발견한 뒤 뜯어 내용물을 확인한 뒤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투명 지퍼백에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튜브형 용기 2개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울산 소포 관련 보도를 접하고 자신이 받은 문제의 소포를 꺼내 인근 지구대에 방문해 신고했다. 발견된 소포에 대해 경찰은 폭발물 검사, 방사능 검사, 화학 물질 검사, 생화학 검사 등을 진행했다. 이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 불검출 등 결과가 나왔다. 군 생물테러대응팀도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경남 함안서도 의심 우편물 발견 - 21일 오전 경남 함안군에서 유해 물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돼, 경찰이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이곳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의심되는 소포가 있다”는 신고가 쇄도했다. /경남경찰청

소포에서 나온 물질은 흰색의 반죽 또는 가루 형태 두 가지였는데 특별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한다. 울산에서 이 물질에 피부를 접촉한 피해자는 손발 저림, 어지럼증 등을 호소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피해 사례가 접수된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후 서울 명동 서울중앙우체국에서는 독극물 의심 소포가 접수돼 건물이 전면 통제됐다. 서울 서초우체국에도 해외에서 온 수상한 소포가 보관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 특공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초우체국 직원과 이용객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냈다. 서울 용산우체국에도 해외에서 발송된 우편물 2개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에 출동했다. 그 외에도 은평·송파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소포가 발견됐다.

인천 부평구 한 주택에 배달된 대만발 국제우편물. 지난 20일 울산 한 복지관에서 비슷한 모양의 소포를 열고 직원 3명이 어지럼증을 겪었다. /인천소방본부

혼란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이날 오후 8시 18분쯤 안전 안내 문자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이 문자메시지에는 “오늘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이 여러 곳에서 신고되고 있으니 출처가 불분명한 우편물을 열어보지 마시고 112나 119에 즉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용산구도 이날 오후 8시 53분 구민들에게 “중국·대만발 유해 물질로 의심되는 해외 우편물(소포 형태)을 수령하신 용산구민은 개봉하지 말고 즉시 112 또는 119로 신고해 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경기 용인동부서는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공장에 수취인만 적힌 우편물 1개가 도착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 우편물은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고 수취인명은 러시아 이름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이었다. 이 우편물 역시 해외에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경찰청도 이날 대전시 동구 주산동의 한 주택에서 “해외에서 알 수 없는 국제우편이 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의심 사례가 계속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 반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국내에 반입된 우편물은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온라인 쇼핑몰의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익명의 다수에게 발송하는 이른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