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호우 피해가 발생한 지난 15일 서울에서 민주노총이 대규모 시위를 강행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각 지방 기동대가 차출됐던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 중엔 호우 피해가 심각했던 충북청 소속 기동대도 있었다. 3개 중대 중 2개 중대가 상경했다가 뒤늦게 충북 수해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서울정부청사, 서울고용노동청, 경찰청 등에서 총 2만8000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집회를 마친 뒤에는 도심인 세종대로를 행진했고, 사직로에 모여 대규모 집회도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이 신고한 집회 참가 연인원만 5만명이 넘었다.
경찰은 집회 인원이 수만 명이었고, 서울 곳곳에서 행진을 하겠다고 해 교통 통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불법 집회로 번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서울 지역 기동대만으로는 상황 관리가 불가능해 지방 기동대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서울 지역 기동대 55개와 지방에서 차출한 30여 개를 더해 60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하려 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리며 상황이 변했다. 특히 충북경찰청은 소속 기동대 3개 중대 중 2개를 올려 보냈는데, 서울에서 집회 대비 채비만 하다가 긴급 복귀했다. 충북 기동대는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20분 전인 15일 오전 8시 20분쯤 충북청에서 출발했고, 서울에 도착한 뒤 대기하다 오후 2시 30분쯤 복귀 지시를 받았다. 두 시간 뒤 충북 지역에 복귀한 기동대는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에 투입돼 밤새 현장 통제를 했다고 한다. 서울에 차출되지 않았던 충북청 소속 1개 기동대는 월류된 괴산댐 인근에 투입돼 주민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번 폭우로 피해가 컸던 경북 지역의 경우 출발 직전에 기동대 차출이 취소됐다. 경북청은 서울 민주노총 시위에 보내려 했던 기동대 2개 중대를 주민 통제와 구조 활동에 투입했다. 예천에서는 주택을 덮친 산사태로 고립된 주민을 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폭우 속 집회를 강행하지 않았다면, 경찰 인력을 수해 현장에 조기 투입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